얼마 전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은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은 군사파시즘과 일제 잔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일제잔재이고 군사파시즘이라는 말에 같은 세대인 필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국회의원이 애국가 제창을 반대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부정하는 것은 실로 문제가 많다. 이를 일제잔재니 군사파시즘이라느니 참으로 아나키스트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먼저 일장기와 키미가요에 대한 내력을 보자. 일본은 옛날부터 태양을 숭배하던 민족이었다. 신화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신이 태양신인 천조대신(天照大神-아마테라스 오오카미)이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고래로 태양무늬를 즐겨 사용했다. 중세에는 부채에 태양 무늬를 넣어 사용하던 습관도 생겼다. 에도시대에는 에도막부 전용선(專用船)에만 태양무늬를 넣어 사용했으며 개국이후에는 다른 나라 배와 구분키 위해 이 문양을 일본 배에 사용했다. 이윽고 1870(明治3)년에 이르러 정식으로 일본 국기로서 공표됐다. 키미가요는 일본의 헤이안(平安·794~1192)전기에 지어진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에 수록된 것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찬가에 기원한다. 이처럼 일본의 국기는 태양신을 믿던 신앙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유래했고, 국가는 일본인들이 즐기던 시(詩)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일본의 국기와 국가가 양심적 일본 국민들로부터 배격 당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 군국주의에 오염되고서부터이다. 키미가요는 천황을 신으로 받들면서 일개인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군주제의 냄새가 아직도 진하게 나기 때문이며, 일장기에 대한 경례 거부도 카미카제와 같은 상징물로서 일제 시 국민들의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일장기와 키미가요는 바로 국민들에게 비정상적이었던 일제시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이고 지금도 반대한다. 이는 1945년 미국에 의해 패망한 일본이 미국식 민주주의의 영향 아래 군주제인 천황제 시스템에서 민주적으로 바뀜과 동시에 시민들도 자유와 민주에 눈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9년도부터 각급 학교에서 키미가요의 제창 및 일장기에 대한 경례를 실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키미가요를 애국가로 보고 일장기에 대한 경례를 국민들에게 강요하게 되었음은 바로 국가주의의 부활로도 볼 수 있고 군사력 강화와도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웃 국가가 이럴진대 유 의원은 우리의 애국가 부르기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파시즘으로 몰아가는가. 오히려 일장기에 대한 경례 거부와 키미가요 부르기 반대를 해 오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의 주장은 그 근거가 있고 타당성이 있다.

우리 나라는 오히려 태극기를 통해서 나라라는 상징물이 있음을 알았고 애국가를 통해서 독립 정신을 고취했다. 일본과는 엄연히 다른 길을 걸어 온 우리의 애국가이자 국기이다. 태극기를 고안한 박영효 선생이나 일제시대에 타국에서 애국가를 작곡하신 안익태 선생님을 생각하면 유 의원의 발언은 너무나도 경솔했고 안이했다. 같은 386세대요, 한때는 신선한 젊은 정치인으로서 많은 기대를 했기에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박학다식함의 표출이 아닌 진정으로 이 민족과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이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우리의 역사적 흐름을 알고 애국가와 태극기가 우리민족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할 일이다. 주객이 전도 된 발상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며 뿌리 없는 사상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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