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생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학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올해 일부 대학은 등록률이 40%대에 머물러 문을 닫거나 닫아야 하는 위기국면이다.
본보가 충북도내 ‘대학 총·학장 릴레이 인터뷰’를 취재·보도하면서 대학이 생존을 위한 발 빠른 변화를 체험했다. 즉,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자멸한다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비교적 사정은 여유 있어 보이나 국립대 역시 ‘대학간 빅딜’ 까지 거론되는 등 결코 여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과거 대학이 저절로 정원을 채우는 ‘땅 짚고 헤엄쳤던’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입시의 실패로 재수, 3수, 4수는 다반사요, 유명인사 자녀의 부정입학사건 등으로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과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이 학생을 더 이상 단순한 학생으로 보지 않고 귀중한 고객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세명대는 교수 1인당 3개 고교를 맡아 특강까지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학생유치를 위한 세일즈 마케팅에 나섰다. 이는 강의 보다는 학생유치실적이 높은 교수가 최고의 대접을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명대의 ‘대학생의 제품론’이 이채롭다. 즉, 기업체가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면, 세명대의 생산 제품이 바로 학생이라는 것이다. 즉, 대학이 고객(기업 등)에게 제품(학생)을 판매를 위해서는 우수한 품질을 만들지 않으면 고객과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세명대 염재선 총장직무대리는 세명대를 오고싶은 대학, 가고싶은 대학, 채용하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어 교육수요자에게 만족과 감동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평범하면서 알찬 대학으로 취업까지 연결시키는 실용적인 교육과 특성화전략이 없이는 당장 내년 한해를 버티지 못한다며 대학의 절박한 입장을 대변했다.
충주대 성기태 총장은 ‘소외된 북부발전론’을 내세우며 컨벤션센터유치에 나섰다. 성 총장은 지자체가 별도의 부지에 돈을 들여 컨벤션센터를 굳이 건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이 부지를 제공하고 관리·운영을 맡을 경우 예산이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치단체가 막대한 돈을 투입해 별도의 건물을 짓는 것은 예산낭비이기 때문에 대학과 공생공존을 위한 관·학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 총장의 논리대로라면 충북도가 밀레니엄타운 내에 건립예정인 컨벤션센터를 대학이 유치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는 컨벤션센터의 건축비용만을 들여 필요할 때 사용하고, 컨벤션센터의 관리 및 운영을 맡은 대학은 학생들의 연구활동에 사용한다면 그 효용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 충북대의 경우 충북개발연구원을 유치해 충북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대학은 부족한 교수확보율을 높이고 연구원들은 연구·강의를 병행, ‘일석이조’의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충북도가 충분한 연구지원을 하지 못할 바에는 충북개발연구원을 대학에 위탁하거나 아예 넘겨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게다.
지자체가 매년 지출하는 연구용역비에 약간의 예산을 보탠다면 대학에 어엿한 시·군 발전연구소를 둘 수 있다. 대학은 지자체의 발전을 돕고 지자체는 대학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윈윈(win-win)전략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봄직하다.
지방대의 위기는 이미 예견됐었다. 그러나 대학의 안일한 대처로 생존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대학의 총·학장들이 대학생존의 사활을 걸고 스포츠나 도박에서 적용되는 제로섬게임(zero sum)으로 불리는 ‘위험한 게임’에 나선 것이다.
대학의 위기극복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대학관계자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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