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때아닌 황사주의보가 내려졌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지역에서 1년 내내 발생하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보통 겨울과 봄이며 가을철인 11월에 황사가 관측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이내 황사주의보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엘리뇨에 의한 한파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3한4온이라고 하는 말도 이제는 맞지 않는 가보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기상이변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다양한 위협적인 요소가 등장함에 따라 최근 국가안보 보다 개인의 안전이 안보의 준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의 안전에 대한 위협은 군사적 요인 뿐 아니라 환경파괴, 경제 사회적 상황악화 등 광범위한 비군사적 요인으로부터도 제기된다. 사실 정치적 분쟁의 근원에는 경제적 문화적 인종적 불평등, 개발 등이 존재하므로 포괄적인 인간안보의 확보 없이는 지속적인 평화 유지가 불가능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1994년 변화된 세계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평화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안보 개념으로 ‘인간안보’(human security)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였다. 인간안보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냉전 종식 후의 세계 도처에서 전개되고 있는 분쟁 양상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즉, 냉전 종식 후 발생하는 분쟁의 90%는 내전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내전의 최대 피해자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이 대부분이다. 마약에 취하여 비틀거리면서 자기 동포에게 마구 총을 쏘아대는 아프리카의 ‘어린이 병정들’, 내란 지대 도처에 묻혀있는 지뢰 폭발로 날마다 희생되는 인간의 생명은 더 이상 외면될 수 없는 참극이다. 이런 비극들은 바로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고 있는 지구환경의 파괴, 빈곤, 핵 확산, 국제테러리즘 등과 함께 인간안보의 핵심적인 문제들이다.

따라서 안보는 군사 무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 그 자체에 내재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안보 문제를 인류가 처한 공동의 위기의식의 발로로 지구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인간안보 개념의 등장은 필연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점점 많은 사안이 국가간 힘을 모아야 해결 가능한 것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권보호, 여성의 권익 향상, 지구 생태계 보전, 그리고 핵과 대량살상무기 금지 등 많은 이슈들이 세계의 공통 관심사로 다루어져야 할 시대이다. 따라서 인간안보 개념의 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와 일련의 행동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제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도 지역적이고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인간안보 문제에 관한 구체적 의제를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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