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말 정부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을 천안으로 결정하고 이를 관보에까지 게재하였던 것을 충북 중심으로 이의 부당성을 정부당국에 강력하게 전달함에 따라 정부 결정이 유보 되었다.
이번 ‘호남고속철도건설 기본계획 조사연구용역’ 중간연구발표는 이렇게 새로 수행한 연구용역의 잠정적 결과인 만큼 그 내용에 대해 어느 지역민보다 충북민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7월 25일 토론회에서 나타난 내용은 많은 부분이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 있다.
신설노선의 길이가 더 짧은 것으로 알고 있었던 오송 분기역 대안이 천안 분기역 대안에 비해 공사비가 더 많이 소요되고 노선주변에 주요 문화재가 더 많으며 환경파괴도 더 심하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호남고속철도를 충북선과 연결시키는 데 따른 이점 등 오송분기역 대안이 가진 장점들은 무시된 데다가, 오송-서울간을 경부고속철도와 공유하지 않고 호남고속철도용으로 별도 신설하는 것을 전제로 한 연구결과이었다.

남북이 합의 동해북부선 연계공사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송분기역을 택할 경우 호남고속철도는 충북선과 연계되어 목포에서 출발한 TGV가 강릉·속초까지, 장기적으로는 원산·함흥까지 직접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21세기 간선철도인 호남고속철도를 충북선을 통 태백선-동해선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철도체계나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번 연구중간결과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중간연구결과는 중부권 분기역에서 서울까지 경부고속철도와 별개로 호남고속철도의 건설을 전제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가 호남선과 공유 도 노선의 포화상태는 50년 후에 가서야 발생 고속철도 복복선화는 불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개 나왔고,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한 연구중간결과에서도 이구간은 호남고속철도 3단계 건설시기 중 2단계 후반인 2025년에 개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때쯤 되면 서해안 철도 등 대체노선이 건설되고 자기부상열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이 분명 고속철도 복복선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연구는 익산-오송간 외에 오송-천안간 노선의 신설도 전제 함으로써 오송 분기역 대안을 건설비·문화재훼손·환경훼손 등의 면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든 것이다.

이번 중간연구결과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천안분기역 대안의 경우 백제고도인 공주를 통과하는 데에 따른 문제는 덮어 놓은 채 문화재 훼손 부분을 단순히 영향권 내 문화재의 숫자로 평가하고 있고, 천안분기역 대안의 환경훼손 부분도 대폭 축소 놓았다.

교통개발연구원 대한교통학회 등는 2002년 7월 25일 있었던 ‘호남고속철도건설 기본계획 조사연구 용역 중간연구결과 설명 및 토론회(2차)’의 보고서가 이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자, 이의 일부를 보완 2002년 9월 ‘중간보고서(2차)’를 새로 발간했다.

새로 발간한 “2차 중간보고서”는 중부권 분기역에서 서울까지의 호남고속철도 신설여부는 미확정되었음을 밝히고 있고, 경부고속철도 및 기존선 활용계획을 앞으로 수립할 예정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2차 중간연구결과 설명회 및 토론회”에서 제시한 노선대별 신설시기를 삭제하였고, 건설비ㆍ문화재훼손 요인ㆍ자연환경훼손 요인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익산-오송’ 구간과 ‘오송-천안’ 구간을 분리 제시하고 있다.
이점에서 최근 충북민을 중심으로 제기한 사안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안 분기역 대안을 정당화 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부는 호남고속철도 중부권 분기역을 천안으로 결정하고 그 사실을 관보에까지 게재한 바 있으나, 충북민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그 결정을 유보하고 새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만약에 당시 충북민의 문제제기가 합리성에 근거하지 않았다면, 설사 그 요구가 강력하였다손 치더라도 관보에까지 게재된 국가적 결정사항을 백지화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이 연구를 수행하겠는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하는 호남고속철도를 충북선과 연계시켜, 대전 청주권 250만 주민은 물론 충북 북부권과 강원권 주민까지 골고루 해택을 보도록 하자는 요구를, 호남에서 서울 가는 사람을 4분여 빨리 가도록 하기 위 묵살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인 국가정책결정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가 천안 분기역 대안을 무리하게 정당화 시키려하는 것은, 정부당국이 충북민의 요구가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다.

경부고속철도 노선결정 당시 호남고속철도의 천안 분기를 정책적으로 미리 결정해 놓고, 경부고속철도 천안역 건설시에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의 일부 공사를 미리 진행해 놓은 상태에서, 정책을 바꾸는 데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제,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이 오송(청주)이 더 적합한지 천안이 더 적합한지의 판단을 학술적 연구결과에 의존 결정할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이미 도덕성 문제요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어 버렸다. 공은 충북민의 손에 넘어 온 느낌이다.
정당하고 당연한 몫을 찾고자 하는 충북민의 의지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오송(청주)유치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지역 내외의 여러 인사가 당위론과 신념을 갖고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의 오송(청주)유치 운동을 헌신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지역운동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오송분기역 주장에 대한 정당성이 학술적으로 입증되면서 점차 많은 중앙의 관련 전문가로부터 지지를 받게 되었다.
지역에서도 도의회·청주시의회·청원군의회가 연이어 오송분기역유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각종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이 운동을 전개하는 단계까지 왔다.

지난 10월 26일에는 도지사를 비롯한 지역의 자치단체장·지역출신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호남고속철도 오송(청주)유치는 충북의 정당한 몫임을 확인하고 온 도민이 극한투쟁을 해서라도 기필코 성취하자는 의지를 결집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합리적이고 정당한 주장이라 하더라도 이의 성취를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 충청북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명과학시범도시 사업을 조속하게 가시화 전국으로 퍼진 오송바이오엑스포의 열기를 이어가고, 오송분기역 설치에 필요한 부지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 자세로, 아직도 천안분기역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부 관료를 설득할 필요가 있겠다.

오송분기역이 확정될 경우 20Km의 노선증가에 따른 추가요금을 부담하게 될 사람들에 대한 대책 또한, 경부고속철도의 경주 경유로 50Km의 노선증가가 된 사례 등을 연구 사전에 마련 야 할 것이다.

1990년대 초에 지역간의 형평성이나 국토균형발전을 뒷전에 둔 채 다분히 정치적 영향을 받아 미리 천안으로 결정해 놓았던 호남고속철도 중부권 분기역, 이제 사회적 형평성과 국토균형발전이 더 중요시되는 21세기의 패러다임 속에서 충북선·태백선·동해선이 통과하는 지역이 하나가 되어 지혜를 모아 추진한다면 오송분기역은 현실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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