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현대 민주 정치란 상상조차 힘이 든다. 정당은 국민들이 대표를 선출해 정치를 하도록 하는 대의제 민주 정치 체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실현시키고자 구성한 정치적 모임이다.

이를 위해 정당들은 정치지도자들을 배양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집약하여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한편, 국민들의 민주적인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노이만(S. Neumann)과 같은 학자는 정당이야말로 ‘현대 정치의 생명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당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 헌법 제8조는 민주적인 정당에 대해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정치 자금에 관한 법률 제17조 및 제18조를 근거로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2000년에는 515억 원, 그리고 지난 제3회 동시 지방선거에는 약 600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정당들에게 지급하였다.

그러나 법과 국민의 세금에 의해 보호를 받느니 만큼 정당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헌법 제8조 2항)” 또한 “민주적인 내부 질서를 유지(정당법 제29조)”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당들은 요즈음 어떠한가? 과연 우리 나라의 민주 정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정당 운영은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지만 “글쎄”하는 마음과 자꾸만 갸웃거려지는 고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지난주에는 2001년도 세입 세출 결산안(세입 168조9000억원, 세출 161조7000억원) 심사가 단 3일 만에 이루어졌고 법사위의 경우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정회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오늘부터 진행될 국정감사 또한 ‘부실 국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다.

민주당은 통합신당 논란을 둘러싸고 한달 이상 내분에 휩싸여 있고 한나라당도 ‘병풍(兵風) 공방’에 빠져 있어 국감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사상 최대의 수해, 빈부 격차, 지역 감정, 통일 문제, 그리고 다시 도래할지도 모를 제2의 IMF 위기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실감하기 힘들다. 정치가 복잡하고 또 살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분석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정당과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파벌 싸움과 권력 투쟁에만 몰두한다면 국민들이 낸 세금만 축낼 뿐이다. 국민들의 기대와 지원에 어긋나지 않는,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 아깝지 않은 정당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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