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對日 보복조치 철회
성급한 對日 보복조치 철회
  • 양승철 (논설위원)
  • 승인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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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일 보복조치를 단계적으로 철회키로한 것은 다소 성급한 것 같아 안타깝다. 왜냐하면 한·일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이 별로 없는데 단호하던 입장에서 후퇴했기 때문이다.

외교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큰 성과없이 끝난 정상회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복조치를 푸는것같아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교과서왜곡, 일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 남쿠릴 열도 주변수역에서의 꽁치조업문제 등 3대현안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해결을 위한 기반은 마련된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정상회담을 했으니 접점이 마련된 것을 부인할순 없다. 또 단기비자 면제, 항공기증편, 셔틀기운행 등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3대 현안에선 크게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우선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의 경우 양국의 역사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역사공동연구기관 설치에 합의한게 전부다. 성과는 운영을 해봐야 나타나겠지만 지금으로선 크게 기대할 수도 없다.

양국의 역사연구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던 것을 상기하면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양국의 학자들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고 자국의 입장만 고집한다면 말잔치로 끝날수도 있다. 우익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럴 공산이 크다.

다음으로 야스쿠니신사참배도 사과와 반성 없이 그저 수사적인 말로 끝맺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참배했다”고 하지만 그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

한국과 중국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왜곡역사교과서를 승인했고 A급 전범이 있는 신사도 참배, 추모했다. 담회에선 “오늘 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야스쿠니 영령들의 존귀한 희생위에 세워졌음을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주변국들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0만건이 넘는 나치전범용의들을 조사하고 6천건이상의 유죄판결을 내린 독일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외교적인 수사로 얼버무리고 간 것이 여간 아쉽지가 않다.

세째 꽁치 조업문제도 기대할만 한게 없다. 우리정부가 남쿠릴열도 수역의 꽁치잡이가 순수한 상업적문제로 보는 반면 일본은 영주권문제로 보는 등 시각차가 크다. 일총리가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고위외교당국자간에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지만 우리의 구미에 맞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과거반성도 제대로하지 않는 일본이 우리 어민들을 위해 선심을 쓰면 얼마나 쓰겠는가. 영주권문제로 생각하는 한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수밖에 없다.

알았으면 달라졌을까마는 일본과 러시아가 한국을 배제하는 협상을 하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사실이 확인되자 거짓말하는 우리관리들이 그저 미울 뿐이다. 더욱이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가 없는 한 정상회담은 없다고 단호하던 정부가 중국에 등떠밀려 회담을 수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 대화의 장을 열어 놓고 문제를 풀어가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총리가 애매모호한 약속만하고 간 게 여간 씁쓸하지 않다. 서대문 독립공원 방명록에 사무사(思無邪)라고 쓴 것도 해석하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마찬가지다. 선린우호는 상호신뢰없이는 어렵다. 차후 일본이 어떤 자세로 나올 지 모르지만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흡족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보복조치 단계적 철회에 따라 그동안 연기됐던 제9차 한·일문화교류 국장급회의와 한·일영사국장회의가 다음달 열릴 모양이다. 또한 제4차 대일문화개방과 한일외무장관회담, 한일각료회담 등도 중단 3개월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일본은 이제부터라도 양정상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 성과가 나타나도록 해야한다. 우리정부도 외교역량을 결집시켜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바로 잡고 어민들을 위해 꽁치조업문제만이라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상회담에서 그래도 얻은게 있다고 정부를 믿을 수 있고 성급한 대일보복조치 철회의 명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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