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450만 돌파…높은 이혼율·낮은 혼인율 영향
소비 트렌드 소형화 추세…경제적 소득 양극화 심화
국내 노령층 32% 혼자 살아…세밀한 복지정책 절실‘

솔로 이코노미(1인 가구 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 1인 가구는 45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1인 가구는 경제적 관점에서 매력이 있다. 높은 구매력으로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어서다. 하지만 그림자도 없지 않다. 1인 가구 상당수가 직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빈곤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45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의 20%가 넘는 수준이다. 2000년 200만 가구를 넘은 뒤 10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1980년과 1990년 1인 가구는 각각 38만 가구, 102만 가구였다.

1인 가구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이혼율이 높아져서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인구는 20년 새 13배로 늘어난 160만명(2010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혼율은 1995년 6.2%에서 2010년 13.4 %로 7.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45세 이후의 이혼율이 크게 늘었다. 1995년 15.7%였던 45~59세 이혼율은 2010년 34.7%가 됐다. 60세 이상의 황혼 이혼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7.1%로 증가했다.

혼인율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도 1인 가구 증가의 한 요인이다. 실질임금 하락ㆍ물가급등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26.7%, 영국은 29%(이하 2010년 기준)다. 노르웨이는 39.7%에 이른다. 네덜란드는 3가구 중 1가구가 싱글이다. ‘가족문화’의 뿌리가 깊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도쿄의 가구당 인구수는 올해 들어 2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1인 가구는 문제가 있다.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1인 가구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2010년 미국 1인 가구의 연평균 지출은 3만4천달러였다. 2인 이상 가족의 1인당 지출 2만8천달러보다 많았다. 50% 이상이 솔로라는 중국의 ‘소황제 1세대’는 중국시장을 이끄는 핵심 소비자다. 소황제 1세대는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에 따라 1979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네덜란드 통계청(CBS)은 지난해 “혼인ㆍ출산율의 감소와 고령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2060년에는 총 가구의 4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사회문화연구소(SCP)는 “싱글족은 충동 구매율이 높기 때문에 럭셔리 상품과 엔터테인먼트 제품에 대한 구매수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2060년 총 가구의 44% 전망

1인 가구의 경제력이 주목 받으면서 기업 비즈니스의 트렌드 역시 바뀌고 있다. 많은 기업이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1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자동차 ‘닐스’를 공개했다. 스즈키와 BMW도 1인승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모두 솔로를 겨냥한 자동차들이다.

백화점들은 매년 열리는 혼수 가구 박람회에서 10%를 1인용 가구로 채웠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백화점의 가구 매출은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며 “이는 1인용 가구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전제품 시장에도 소형화 바람이 일고 있다. 1인용 전기매트ㆍ미니 온풍기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100L 미만의 1인용 냉장고와 6㎏ 미니 세탁기도 인기다. 부동산 시장은 오피스텔이 급격히 느는 등 1인 가구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울 시내 오피스텔 공급 물량은 2009년 1천35실에서 2012년 1만775실로 약 10배 늘었다.

1인 가구 증가가 긍정적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것만은 아니다. 국내 1인 가구는 양극화가 심각하다. 골드미스 등 잘 사는 1인 가구가 있는 반면 빈곤층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빈곤인구(1인당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의 23.6%가 1인 가구였다.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이 42.5%에 이른다는 통계(통계청ㆍ2010년)도 발표됐다. 4인 가구의 월세 비중은 11.6%였다.

특히 국내 1인 가구 중에는 노령층이 많다. 통계청의 연령별 1인 가구 비율을 보면 60세 이상은 132만630가구로 전체 32%를 차지했다. 1995년 60세 이상의 1인 가구수는 48만323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 노령층은 대부분 빈곤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6.6%로 OECD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OECD 국가의 평균치인 30.7%보다 훨씬 높다. 독일(15.0%)ㆍ영국(17.5%)ㆍ프랑스(16.2%)ㆍ스웨덴(13.0%)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10%대다. 미국(41.3%)ㆍ일본(47.7%)도 우리보다 한참 낮았다.

어느 분야든 일하지 않는 노령층이 많으면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효수요가 하락하고 복지 수준 유지를 위한 사회비용이 증가해서다. 연금ㆍ건강보험 재정의 부담도 커진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노령층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노령층을 국가인력개발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노령층의 고용창출을 위해 연령에 의한 고용차별금지법과 고령노동자 이익보호법을 만들었다.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면 나빠진 재정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일본은 2007년부터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을 포함한 국내 노령층은 갈 곳이 많지 않다. 퇴직 후 재취업에 실패해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 복지전문가는 “1인 가구를 유형별로 나눠 별도의 복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독거노인에 대한 세밀한 복지ㆍ안전대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하고, 이것이 빈곤한 1인 가구 지원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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