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언제나 식사시간이면 할아버님께서 수저를 들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것들이 조급히 수저를 들고 음식에 손이 닿으면 불호령이 내려지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바로 산 예절교육으로 윗사람을 공경하고 가정 규범을 스스로 일깨우게 하는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식사하는 자세도 남자는 쪼그리고 앉아 밥을 먹는 것은 오던 복도 되돌아간다고 하였고 구부리거나 휘어진 자세보다는 다리를 포갠 양반자세로 똑바로 앉아서 식사를 해야만 되었지만 여자는 양반자세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쪼그린 자세로 살포시 앉아야 된다고 하였다. 그때만 해도 식량사정이 넉넉하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식사 규범도 엄격해서 밥과 반찬은 뒤적거리지 않아야 하고 어떤 음식이라도 바닥에 흘리거나 남는 음식 버리면 큰 죄를 받게 된다고 하면서 음식의 소중함과 일상적인 예절교육을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생활에서도 자손들의 예절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아선호 사상은 여전해 여자는 남자와 대등할 수 없고 남과 여가 지켜야 할 예의가 구분돼 있어야 한다는 유교사상이 모두의 가정마다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봐진다.

우리의 역사는 내·외란을 무수히 겪어오면서 얼룩진 과거가 많았지만 1950년 6·25는 지금 세대들이 체험한 동족 분열의 처참한 광경으로 전쟁터에 몸을 던진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많은 백성들이 굶기를 밥 먹듯 하였고, 쌀 한톨, 보리 한줌이 엄청난 재산으로 여겨지던 고난의 세월이었지만 우리의 참된 예의범절은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위로 하면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웠던 모진 세파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모두에게 주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웃을 만나거나 사회직장 동료 간의 인사가 보통은 “안녕하세요.”가 보편적인 예(禮)다. 그러나 어려웠던 시절의 인사말은 “아침 식사 하셨습니까.” 점심때는 “점심 드셨습니까.” 저녁때에는 “저녁 드셨습니까.”라는 인사말 외에는 별다른 인사말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은 그토록 궁핍한 생활에서 끼니나 챙겨 드셨느냐는 인사 아닌 걱정으로 서로의 어려움을 달래는 의미가 있었다고 봐진다. 그러나 가난 속에서도 이웃을 보살피고 서로를 아껴주는 인정이 넘쳤고 크고 작은 일에도 모두가 한 가족이 된 마음으로 힘겨운 가난 속에서도 인정과 사랑이 살아 숨 쉬는 삶의 향기가 온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힘겨운 농사일은 힘을 모아 품앗이로 하였고 막걸리 한사발이 생겨도 혼자보다는 이웃을 청하고 담배 한 개피도 나눠 피울 줄 아는 정겨움을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예의범절의 기본 바탕이며 이웃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아름다운 미덕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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