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뷔작 ‘롤러코스터’
욕쟁이 한류스타 등 각양각색 캐릭터
B급 유머 살아있어…후반 긴장감 떨어져

영화 ‘롤러코스터’는 요즘 ‘충무로 대세’인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개막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되면서 인지도와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하정우가 정경호 등 배우들과 직접 부산에서 젊은 관객들을 만난 게 주효한 것이다. 이 영화는 제작비가 5억9천만원에 불과한데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제작비의 3배에 육박하는 마케팅비를 책정했다.

부산영화제에서 직접 만난 하정우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 시사 이후 특히 10대들의 반응이 뜨거워 애초보다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됐다.

앞서 한 영화 관계자는 “개그콘서트식 B급 유머가 살아있다”며 호평했고, 다른 관계자는 “발상과 설정은 기발하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약해서 초반 30분만 재미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진행된 ‘롤러코스터’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확인한 결과 두 반응 모두 틀리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는 도쿄 발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을 그린 코미디로 비행공포증이 있는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가 주인공이다.

일본 활동 중 터진 여자 아이돌과의 스캔들로 급하게 귀국 비행기에 오른 마준규는 기내에서 친절한 태도와 달리 뒤에서는 자신을 안주 삼아 수군거리는 개성강한 승무원들, 막무가내로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 손님으로 위장한 파파라치 기자 등 각양각색의 사람과 마주친다.

여기에 얼마 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같은 교회의 아는 여동생인 여승무원이 마준규에게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인데, 바람둥이 마준규는 그녀와 같이 일하는 귀여운 일본인 여승무원에게 마음이 팔려 와중에도 작업을 건다.

시끌벅적한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 갑자기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고, 두 번이나 착륙에 실패하면서 마준규는 간절히 기도를 하다 결국 이성을 잃고 만다.

몇몇 캐릭터는 당장이라도 개그콘서트에 진출시켜도 좋을 만큼 재기발랄하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인 정경호와 동기인 한성천은 하정우를 학창시절부터 재미있는 일을 벌이던 엔터테이너라고 했는데, 과장이 아닌 듯하다. 기대이상으로 캐릭터가 생동감 있고, 대사들이 착착 붙는다.

등장인물이 많은데도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어 출연 배우들로서는 보람이 클듯하다. 무엇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얼마나 수다스럽고, 욕도 잘하는지 하정우의 다른 면모를 엿본 기분이다.

반면에 비행기가 추락 위기를 맞는다는 제한된 설정과 비즈니스석이란 특정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보니 별다른 기승전결 없이 그저 웃기고 황당한 사건들만 쭉 나열해 놓은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고, 캐릭터도 반복되면서 웃음의 효과가 반감된다.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가 마치 가십 속 스타들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은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배우 출신인 하정우가 스타를 주저없이 망가뜨린 것이다.

보통 스캔들이 나면 같은 교회 다니는 오빠동생사이라고 해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극중 마준규는 진짜 교회서 알게 된 아는 동생과 무슨 일이 있었다.

마준규의 안하무인 신경질에 참다못한 매니저가 폭발하는 장면은 왠지 실제로 연예계에서 회자됐을 법한 일화로 보인다.

또 마준규에게 느닷없이 다가와 “욕을 해보라”고 요구하는 꼬마 팬의 모습이나 마준규가 주연한 영화를 투자했다며 인사를 요구하는 대기업 회장 비서의 모습은 배우들이 직접 겪었던 황당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하정우가 숨겨놓은 깨알 재미도 있다. 극중 정경호가 탑승하는 바비 항공의 바비는 하정우의 우상 로버트 드니로의 애칭이다.

첫 술에 배부르냐고 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이 한편으로 하정우의 연출 능력을 재단하기에는 이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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