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몸을 풀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 안하고 충분한 연습도 하지 못했는데 무모한 도전이 아닌지 두려움이 앞섰다. 지그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맞춰 드디어 달리기 시작! 따뜻한 햇볕을 벗 삼아 청남대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힘차게 문의면을 향해 달렸다. 얼마 안 갔는데 벌써 오르막이 대기하고 있었다. 문의를 지나 대청댐을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 허벅지에 뻐근함을 약간 느꼈다. 갈증이 나고 배가 고파 물을 마시고 초콜릿을 하나 꺼내 먹었다. 옥천 추동 쪽으로 좌회전해 접어들자 다시 오르막길이었다. 해가 기울어져 깜박이를 켜고 걸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제1체크 포인트인 62km 지점에 오전 1시(제한시간)까지 가야 하는데 필시 늦을 것이니 포기하자’는 말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 지점까지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더 달렸다. 종아리, 허벅지가 더 뻐근해져 왔다. 이젠 걷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평지인데도 자꾸 걷게 됐다. 체력은 소진돼 가고 졸음이 엄습해 왔다. 그때 아내의 전화소리가 나를 잠에서 깨웠다. 어디쯤이냐고 묻는 아내는 40km 이상 뛰었으니 이제 집에 오라고 했다. 사랑하는 남편이 애처로운가 보다. 조금만 더 뛰고 간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또 다시 앞으로 나갔다.

그때 한 사람이 옆을 걸어 지나가며 인사를 했다. 그는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에 8번째 도전한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완주였다. 포기의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그때 다가온 그는 마치 하나님이 내게 보내준 천사 같았다. 내가 완주는 힘들 것 같다고 하자 ‘할 수 있다’고 ‘같이 완주하자’고 독려해 줬다.

중도 포기자를 실은 버스가 지나면서 진행요원이 계속 갈거냐고 묻기에 우린 간다고 대답했다. 우리 뒤엔 주자가 없었다. 제한 시간 안에 들어 갈 지가 문제였다. 오전 4시30분. 머리에 랜턴을 쓰고 다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내리막길 중간에 다리에 쥐가 난 참가자를 또 만났다. 협력자들이 다리를 주무르고 물을 주었다. 나는 한 번도 안 쉬고 4km를 달렸는데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계속 걸어서 근육이 다 풀린 듯했다. 날이 밝아 올 때 쯤 마지막 물공급 지점에 도착했다. 뜨거운 어묵국물을 마셨더니 다시 에너지가 채워졌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남은 거리 15km를 그와 같이 계속 달렸다. 시간 안에 완주가 힘들 것 같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거의 꼴지 그룹에 속하고 있어 우릴 추월하는 참가자는 없었다.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니 골인지점이 보이고 “김연오 화이팅!”하는 소리가 반갑게 맞아 준다. 15시간50분을 달려 제한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 감히, 인간 김연오의 승리라 말하고 싶다. 

완주로부터 얻은 성취감은 자신감을 넘치게 하지만 한편으론 다소 초라한 기록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 제11회 울트라 마라톤은 막을 내렸지만 나의 마라톤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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