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8시를 전후해 각 초등학교 주변에는 평소보다 교통량이 몇배나 부쩍 늘어난다. 초등학교 앞 도로인지라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시설물(펜스)이 설치되어 있는 도로가에 차량들이 줄줄이 정차를 한다. 한 어린이가 차량 뒷좌석에서 내리며 부랴부랴 가방을 메고, 운전대를 잡고 뒤를 돌아보며 ‘공부 잘하고 와~!, 끝나면 전화해…’ 등등 잔소리를 하는 엄마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듯이 후다닥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펜스 끝 지점까지 뛰어와 인도로 올라온 후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초등학교 주변 도로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여러 장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붉은색으로 도색된 도로 표면과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 위한 과속방지턱, 노란색 바탕에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속도 30km’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문짝만한 표지판 등등 말이다. 이런 표지들은 한마디로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조한 것들이다.

왜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것을 설정하고, 어린이들을 특별보호를 하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 행동특성에 대한 연구 등에 의하면, 어린이는 눈높이가 낮아 시야가 제한적이고 물체의 탐지능력과 거리·속도 추정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동시에 여러 가지 사물에 주의하기 어려워 어린이가 놀이에 몰두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자기를 부르는 경우 주변차량의 접근 여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밖에 인식할 수 없고, 어떤 위험이 다가오는 경우 위험회피를 위해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기 힘들고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통사고발생이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는 교통약자인 것이다.

이런 교통약자인 어린이들이 최소한 학교나 학교부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라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이들을 배려하고 도와줘야 하는 것이 우리 성인들의 의무이고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일 아침마다 초등학교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어른들의 예의바르지 못함과 이기적인 부주의 때문에 어린이들이 교통안전이 위협받는 모습들이 너무나 쉽게 목격되고 있어, 교통 지도·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우리 경찰서에서는 지난 3월 한 달간 녹색어머니회와 모범개인택시 등 협력단체와 합동으로 관내 각 초등학교에 나아가 ‘학교주변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했고, ‘어린이보호구역’내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계도 및 단속활동을 전개해 운전자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하는 등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교통문화인이다’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아직 교통문화인이 못된 듯한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끼어들기, 불법 주·정차, 신호위반, 과속 등을 하지 않으며 배려와 양보하는 마음을 갖고 ‘여유있는 운전’을 습관화 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교통문화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됨으로써 어린이 교통안전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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