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 이야기]선무당
[죽전 이야기]선무당
  • 충청매일
  • 승인 2013.03.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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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도심지 주택가를 지나다보면 긴 장대에 빨간색 기와 흰색 기를 함께 달아 놓은 집을 보곤 한다. 한 때는 이들이 사회발전의 악이라고 해 거의 철거를 시켰는데 언제부터인가 다시 주택가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하기야 샤머니즘의 기원을 살펴보면 인류의 역사와 같이하니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60년대만 해도 청주에는 우암산 골짜기마다 무당집이 참 많았다. 특히 내가 살던 수동은 우암산 바로 아래 동네다 보니 여느 동네보다도 더 많았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나는 무당집이 있으니 바로 천보살 할머니집(나는 그분을 ‘땡땡이할머니’라고 불렀다)이다. 가끔 어머니는 저녁을 먹고 나면 땡땡이할머니 집으로 밤마실을 가셨는데 그 때마다 늦둥이인 나를 데리고 가셨다. 땡땡이할머니는 나를 볼 때면 늘 귀엽다며 굿하고 가져 온 과자며 떡을 내 주머니에 가득 넣어주시곤 하셨다.

그 당시 사회형편으로 보면 땡땡이할머니는 우리 동네의 여론조성자이며, 아낙들의 리더였다. 왜냐하면 각종 택일을 잡아주시기도 하고, 간단한 병은 주문을 하시며 침을 놓아 고치시기도 했으며, 마음이 답답한 사람들에게는 점을 쳐서 앞날에 대한 조언까지 해주셨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가을이 되면 ‘안택’이라는 큰굿을 했다. 그 때마다 ‘땡땡이할머니’는 굿을 주관 하셨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우리 굿을 보기 위해 이른 저녁부터 우리 집에 모여 방이며 마루를 꽉 채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오니 우리 집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무언지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그저께 밤에 일섭이 아버지가 천보살에게 침을 맞다가 그만 그 자리에서 까무러졌다지 뭐야. 그래서 사람들이 일섭이 아버지를 업고 시내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서울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네. 그리고 병원에서 신고를 했는지 순경이 와서 오늘 아침에 천보살을 잡아갔데…”

그 후 땡땡이할머니에 대한 자세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그 문제는 잘 해결됐던 것 같다.

지난주에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월 20일에 발생했던 방송사와 은행에 대한 전산망 해킹사건에 대한 조사내용 일부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처음엔 중국을 통해 악성코드가 유입됐다고 하면서 북한을 의심하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갑자기 농협이 금번 해킹의 주된 경로가 된 것처럼 발표하는 바람에 비난의 화살이 모두 농협으로 쏟아졌다. 그러지 않아도 농협직원들은 2011년의 전산사태 악몽으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는데 무책임한 방통위의 말 한마디로 이제는 직원들 숨통까지 막아 놓은 꼴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한 농협이 받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은행의 생명인 고객과의 신뢰까지도 만신창이가 됐으니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것인가!

세계적인 IT강국인 한국에는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이런 사태를 보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합당한 표현인지 아니면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수 있다’는 속담이 더 합당한지를 한 번 따져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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