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패션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나 사회적 이미지를 추구하려 한다. 지난달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늘 국정에 바쁘고 남성들과 접촉 기회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바지와 긴 플레어스커트를 주로 착용했다.

패션은 원하는 이미지가 있으면 자신감을 갖고 용감하게 입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칫 잘못하면 세간의 이야기꺼리와 패션 유행을 낳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왕실 문화가 있는 나라에서는 왕비나 공주의 패션이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는 1960년대 무렵 갓과 도포차림으로 활동했던 의원과 가장 최근에는 강기갑 의원이 한복을 트레이드마크화 했다.

반면 대통령 후보에까지 출마했던 김옥선 의원은 남자처럼 헤어스타일과 양복을 입었는데 외국에는 여장남자 정치인도 있다.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인간에게는 남성속의 여성성인 아니마(Anima)나 반대로 여성속의 남성성을 지닌 아니무스(Animus)가 있다. 기후와 전통 때문인지 가끔 동남아 지역의 남성 대통령들은 공식적인 행사에도 그 나라의 전통 의상인 긴 치마 형태인 론지를 입고 활동하기도 한다.

옛날 영국에서는 한 때 각국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받을 때는 어느 나라이건 관계없이 긴 스커트를 입었으며, 오늘날도 간혹 외국의 귀빈을 맞을 때 영접의상으로 긴 스커트를 착용하는 나라가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부인되는 리설주의 패션에 전 세계가 주목했고 최근에는 날씬한 옷을 입는 것을 보고 출산을 추축하기도 했다. 예전 김일성의 부인들은 한복 차림이었고 지금도 북한 여성들은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비해 당연히 리설주는 이목을 끌만 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 취임초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검사와의 대화에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와 국민들의 눈을 혼란스럽게 했는데 남성들보다도 여성들이 더 불안 했다고 한다. 당시 조그만 탁자라도 앞을 가렸으면 했는데 미처 그러한 배려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두루마기 차림의 한복을 입었고, 그다음 대통령들은 명절 때나 특별한 경우에만 한복을 입었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하고 선거정치가 TV토론으로 정착화 되자 후보자들은 시청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전문적인 코디를 받아 출연하기도 했다.     

삼국시대 선덕여왕 이후 헌정사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과연 어떤 옷을 입을까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그동안 남성 대통령들은 양복에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는 게 고작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밀리터리룩과 양장, 한복으로 차려입으면서 여성의 세련미를 발휘했다.

육영수 여사의 뒤를 이어 퍼스트레이디 시절 한복을 많이 입을 기회가 있어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출됐다. 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과 무궁화 문양은 한국의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입었던 국방색 코트는 군 통수권자로서의 이미지를 살렸다.    

대중들은 문화콘텐츠 처럼 정치 지도자에 대한 관심과 열광은 야속하게도 오래가지 않아 변모한다. 한때 열광했던 것도 더 흥미로운 대상이 나타나면 잔인하고 냉정하게 관심을 끊는 속성이 있다. 

정치 지도자는 성별과 패션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입장에서 삶이 행복한 지를 세심하게 살피고 정치적 논리보다는 실제 몸에 와 닿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새롭게 시작한 정부가 다채로운 패션의 변화처럼 국민들과 원활한 소통을 이루며 국정을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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