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칼럼]뱀꿈
[류영철 칼럼]뱀꿈
  • 충청매일
  • 승인 2013.01.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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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로 계산한다면 어제 일이지만 오늘부터 새해가 시작되니 작년 일이 되었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서 “여보, 별 꿈도 다 있지. 글쎄, 조그마한 뱀이 나에게 막 달려들지 뭐예요. 그래서 그 뱀을 죽이려고 용을 쓰다가 죽이지도 못하고 잠을 깼어요. 그 뱀을 죽였어야 하는데… 성경에서 보면 뱀은 사탄이잖아요. 기분이 영 그러내요”한다.

“당신도 참, 내년이 계사년이니, 뱀의 해잖소. 아마 급한 뱀이 미리 우리 집에 들어 온 것 같소. 그리고 성경에서 보면 ‘뱀처럼 신중하고’라는 말씀이 있으니 꼭 뱀이 사탄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소. 내 생각엔 당신의 뱀 꿈이 우리에게 새로운 복을 줄 것 같은데”하며 아내를 위로하였으나 그래도 아내의 얼굴은 개운치 않은 눈치다.

지난 일이지만 대학교 때 암자에서 공부를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사주를 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주지스님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심심풀이로 신도들의 사주를 봐 주곤 하였는데 생각 외로 호응이 좋았다. 신도들 사이에 소문이 나자 어떤 날은 심심풀이가 아니라 전업(?)이 되어 버려 내 자신이 그로인한 내적인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어째든 사주를 보면서 내가 얻은 것은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이라 자연의 현상과 똑 같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우리의 삶도 따지고 보면, 그믐달이 때가 되면 보름달이 되듯, 꽃이 피면 언젠가 열매를 맺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안달하니 일은 순리를 벗어나 점점 꼬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 

아내가 꾼 뱀 꿈 역시 똑 같다. 비록 그 꿈이 무언지 모를 나쁜 일에 대한 전조라 하더라도 미리 불안해하고, 안달할 것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겪어야 할 일이라면 당당히 그 일을 겪되 그 일이 내게 준 새로운 메시지를 읽을 줄 아는 지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날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니 반갑게 맞이해야 할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외출을 하였나 생각하며 안방에 들어서니 아내가 침대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아니 여보, 방에 있으면서도 신랑이 왔는데 어찌 이리 조용할 수 있소?”하며 농을 하니 아내는 조용히 깁스한 왼팔을 나에게 내민다. 

“여보, 어찌된 일이요? 왜 미리 나에게 전화하지 앉았소? 그래 괜찮소?” “예, 이젠 아프진 않아요.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나오다 공원근처에서 그만 눈에 미끄러졌어요. 늘 조심을 했는데… 의사가 X레이를 찍어 보고는 팔이 부러졌다고 하네요. 어째 아침부터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라니 그 놈의 뱀 사탄이 결국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군요”하며 뱀이 있으면 당장 죽일 듯 눈을 치켜떴다.

나는 정초부터 아내를 대신하여 떡국도 끓이고, 청소도 하는 호사를 누렸다. 아내는 미안한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온 종일 나를 졸졸 따라 다닌다.

“여보! 조금도 미안해 할 것 없소. 얼마 안 있으면 나 역시 직장을 마감해야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집안일도 배워야 할 것 같소. 그러고 보면 뱀은 사탄이 아니라 지혜의 상징이 아닌가 생각하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어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가정 일을 배우게 하니 말이요. 여보, 올해는 우리 집에 큰 축복이 있을 것 같소, 안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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