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식당에서 보면 음식에 대해 투정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사장님, 이 콩나물이 너무 짜요. 완전 소금 덩어리예요?” 또는 “사장님, 이 국에 화학조미료 넣으셨죠?” 하며 반찬 하나하나를 맛보면서 불평 내지는 트집을 잡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옆에서 듣는 나까지 마음이 편치 않다.

나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거의 음식투정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밥상머리 교육을 철저히 받았기 때문이다.

밥을 먹으며 “쩝쩝”거리는 소리를 낸다던지, 반찬에 대하여 투정을 한다 싶으시면 바로 불호령을 내리셨고 심한 경우는 밥상에서 퇴출명령까지 내리셨다. 어머니께서는 늦둥이인 나에게 너무나 헌신적이던 분이셨다. 혹시 외출하여 맛있는 것이라도 드실 기회가 있으면 자신은 드시지 않고 꼭 싸다가 늦둥이를 먹이곤 하셨다. 그뿐만이 아니다. 밤늦도록 공부하는 아들을 위하여 먹을 것을 늘 챙겨주셨다, 울안에 심은 과일을 잘 갈무리 했다가 겨울 내내 내놓기도 하셨고, 그것이 없으면 콩이나 들깨를 깨끗이 씻고 볶아서 책상머리에 놓아 두셨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책을 볼 때 손과 입이 심심하면 마음까지 불안하다.

그런 어머니께서 나에게 화를 내시고 회초리를 드신 사건이 있었다. 내 평생 어머니께 맞은 기억은 그 때 뿐으로 기억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니 어머니께서 부지런히 밥상을 차려주셨다. 어머니와 함께 마루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동네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오셨다. 할머니는 몹시 어렵게 사시는 분인데 때가 되면 우리 집에 오셔서 밥을 먹고 가시곤 하셨다. 그날따라 남는 밥이 없었는지 어머니는 자신이 먹던 밥과 내가 먹던 밥을 조금 덜어서 할머니께 드렸고 할머니는 내 옆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셨다. 먹던 밥을 할머니께 빼앗긴 나는 화풀이로 밥투정을 하였다. 할머니께서도 그런 눈치를 채셨는지 황급히 밥을 드시고는 나가셨다.

“엄마, 난 저 할머니 정말 싫어.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그래. 몸에서 냄새도 나고….” 밥을 먹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자 어머니께서는 결국 회초리를 드셨다.

어머니는 어디선가 회초리를 가지고 오시더니 나의 등이고 다리를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이놈아, 불쌍한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게 그리도 싫으냐. 너는 어찌 네 입만 생각하느냐. 학교에서 공부 잘하면 대수냐. 저만 아는 놈이.”

그 일이 있은 후 어머니는 집에 찾아오는 거지가 있으면 꼭 나에게 음식물을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그것은 현명하신 어머니께서 나를 위한 계획된 교육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마 그런 교육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 지금보다도 더 인색한 사람, 자신만 아는 욕심쟁이가 되었을 것이다.

“이 놈아! 살면서 네 입만 챙기면 어찌 큰 사람이 되겠느냐. 네 놈이 배고픈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너도 오늘부터 밥을 굶어보아라.” 풍요로운 이 가을, 어머니의 화난 목소리가 내 곁에서 맴도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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