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귀가 다음날 무릎·발목이 아프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저녁마다 이어지는 송년회로 ‘취중귀가’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난 후 몸에 난생 처음 본 멍을 발견하거나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다.

21일 관절치료전문 세정병원 고재현 원장에 따르면 대부분은 취중에 넘어지거나 부딪쳐 생긴 타박상이지만 주의 깊게 봐야 할 증상도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마케팅사업부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44)은 연말에 직원들과 송년회를 치른 후 만취해 귀가했다. 다음날 아침 김 부장은 무릎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지만 필름이 끊겨 기억나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택시를 잡다가 도로 둔 턱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는 것이다.

곧바로 병원을 찾은 김 부장의 병명은 전방십자인대손상이었다.

대학생 박모씨(24·여)는 동기들과 연말 기념으로 술자리를 가진 후 지하철을 내려가다 발을 삐끗했다. 마침 신었던 하이힐이 살얼음 낀 지하철의 입구 바닥을 지탱하지 못해 미끄러진 것이다.

박씨는 순간 발목이 아팠지만 부끄러움이 앞서 아무렇지 않은 척 귀가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발목이 부어있고 아프다.

술은 사물과 거리를 파악하는 능력을 저하시켜 부딪치고 넘어지고 미끄러져 무릎이나 발목을 다칠 위험을 높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혈중 알코올농도 0.05%는 지각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0.1%가 되면 몸의 균형과 운동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더구나 기상청이 12월 하순부터 내년 1월 상순 사이에 눈이 많이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이 시기에 송년회나 신년회를 가지는 직장인들은 특히 부상에 유념해야 한다.

만일 과음 후 부상을 입었다면 자신의 통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과음으로 다친 사람의 대부분은 사고 당시에는 과음으로 인한 신경세포 수 감소로 아픔을 크게 못 느끼다가 술 깨고 난 다음날에야 비로소 인지한다. 1주일 이상 지속되는 통증은 단순 타박상이나 근육통이 아닌 관절손상일 확률이 크다.

고재현 원장은 “과음으로 정형외과를 많이 찾는 대표적인 부상은 전후방 십자인대 및 내외측 측부인대가 다치는 무릎인대손상과 발목염좌”라며 “넘어지거나 삐끗한 후 무릎이나 발목에 붓기가 있고 멍, 출혈이 뒤따른다면 이 질환들을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꽈당’ 넘어진 후 무릎통증과 붓기 있다면?

넘어짐 사고로 발생률이 잦은 전후방 십자인대 및 내외측 측부인대손상은 무릎관절 내부의 앞뒤좌우를 지탱하는 인대가 찢어지거나 끊어지는 질환이다.

전방 십자인대는 굵기가 5~10mm로 가늘고 회전압력에 약해 후방 십자인대보다 외부충격이 가해졌을 때 쉽게 문제가 일어난다.

또한 내측 측부인대는 상당수 관절 바깥쪽으로부터 충격을 받았을 때 손상되며, 외측 측부인대는 내측보다 강해 상해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 같은 무릎인대손상의 주된 증상은 무릎통증과 붓기다. 또한 뛰고 움직이는 활동이 어려우며 무릎이 제멋대로 흔들리는 듯한 불안정함이 있다.

증상을 계속 방치하면 제 기능을 못하는 인대가 주위 연부조직에 영향을 미쳐 반월상연골파열이나 관절염까지 초래할 수 있어 조기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는 인대파열이 완전해 무릎관절의 불안정성이 확실하거나 통증이 심각하고 반월상연골손상이 동반되면 관절내시경수술을 해야 한다. 이는 1cm 내외의 작은 피부절개를 통해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인대를 꿰매거나 재건하는 방식이다.

세정병원 고재현 원장은 “무릎인대는 손상 직후에 수술할수록 예후가 좋다”며 “자기 인대를 최대한 보존하는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돼야 인대가 튼튼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목염좌, 복사뼈 부근의 붓기와 통증이 증상

과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질환인 발목염좌는 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늘어나거나 부분 손상되는 질환이다.

주로 고르지 못한 땅에 발을 잘못 디디거나 미끄러져 발목이 꺾여 나타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살얼음 낀 도로나 빙판길, 눈 쌓인 길을 걷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의 증상은 발목 복사뼈 부근의 붓기와 통증이다. 발목인대가 손상된 탓에 절뚝거리고 걷거나 멍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발가락을 들어올렸을 때 통증이 심하다.

이때에는 발목 주위를 차갑게 해서 붓기를 가라앉히고, 발목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발을 만성적으로 잘 삐는 족관절 불안정성이 야기되고 수술이 불가피해진다.

발목염좌는 완벽하게 다 낫기까지 꾸준히 치료하는 게 관건이다. 치료는 진통소염제 등의 약물요법과 얼음찜질, 압박붕대, 발목보조기 등의 물리요법을 한다.

고 원장은 “증상을 방치하다가 족관절 불안정성이 생겼다면 발목 주변 연부조직을 이용해 인대를 정상화시키는 재건술을 시행한다”며 “이때에도 관절내시경이 이용되며 흉터·출혈·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환자 부담감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관절내시경은 전후방 십자인대파열, 내외측 측부인대파열, 발목염좌뿐 아니라 반월상연골파열,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통풍성관절염, 발목인대손상, 회전근개파열, 오십견, 충돌증후군, 석회화건염 등 거의 모든 관절질환의 검사와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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