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씨의 ‘모랫말 아이들’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동화는 본래 어린이들에게 동심을 심어주기 위해 창작된 장르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성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총 10편의 짧은 이야기와 삽화를 넣은 이 책은 6?5전쟁을 직후한 서울 한강변의 모랫말을 배경으로 한 저자의 자전적 유년시설 회고담이다.
꼼배라 불렸던 땅그지 춘근이, 중국요리집 쌍성루의 친이네 할머니, 상둣도에서 상여를 꾸미는 삼봉이 아저씨, 같은 반 친구인 영화와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영화의 엄마, 전쟁중에 화상을 입은 군인, 곡마단 남매, 태금이 등….
작가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이들의 삶과 운명, 전쟁, 비극 등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이러한 추억들을 과장됨 없이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암울했던 시절, 그 시절에도 이들이 산 삶은 여전히 따뜻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히 ‘동화’라고 하기에는 그 속에 담고 있는 인생과 역사의 진실이 다소 무거운 편이다.
기분좋은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기보다는 차라리 힘들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그땐 그랬지를 회상하는 것에 더 가깝다.
어른 독자를 염두에 두고 펴낸 책답게 큼직한 글자가 눈에 띠며 김세현씨의 수묵삽화가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더한다.
작가는 책에서 “지금 어른이 되어 알고 있다. 삶은 덧없는 것 같지만 매순간 없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며 따뜻함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라고 말했다.
1943년 만주 장춘에서 내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경복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1962)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답’과 희곡 ‘환영의 돛’이 당선됐으며 1989년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2000년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객지’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 ‘심판의 집’, 장편소설‘장길산’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희곡집 ‘장산곶매’ 등이 있다.
중국에서 ‘장길산’(1985), 일본에서 ‘무기의 그늘’(1989), 대만에서 ‘황석영소설선집’(1988) 등이 번역겙G碩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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