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인 먹을거리와 목재 등의 부산물을 제공할 뿐 아니라 대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자연계의 모든 식물은 씨 또는 씨앗, 즉 종자에 의해 번식하고 자손을 퍼뜨린다. 따라서 종자는 생태계 순환의 기본 고리이자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존재다.

물질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류의 삶과 생활수준은 날로 향상되어 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야기되는 자연 생태계의 파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난개발로 말미암아 매년 적지 않은 산림자원이 사라지고 있다. 해마다 멸종 식물의 수가 늘어나는 데서 이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구상에서 종자가 사라진다면 인류 역시 사라지고 말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종자 가격, 같은 무게 금값보다 비싸

세계 각 국은 오래 전부터 우량종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소리 없는 전쟁을 펼쳐 왔다. 자국의 우량종자를 보호하는 한편, 더 좋은 종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유전자원 확보와 품종보호권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은 18세기 말부터 유전자원 수집, 보존에 힘을 기울여 왔고, 일본도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의 수많은 토종 자원을 강탈해 갔다. 한국전쟁 이전에 미국인이 북한산 백운대에 자생하는 정향나무 종자를 몰래 가져가 자국에서 우량종자로 개량한 후 ‘미스킴라일락’이라 명명한 나무는 현재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장악하였고, 국내에 역수입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원산의 구상나무는 미국과 유럽에서 개량돼 크리스마스트리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외국에 특허등록 돼 있어 국내 수입 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부가가치가 높은 전략적 자원으로서의 종자에 대한 중요성은 점증하고 있다. 특히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협약에 따라 신품종 수입 시마다 종자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므로 종자 후진국일수록 큰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세계 상업용 종자의 교역량 및 종자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신장하고 있다. 종자 한 봉지 가격이 같은 무게의 금값보다 비싼 현실에서 우수 종자 개발을 통한 수출 증대 및 수입대체 효과는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최근 종자 자원의 보호 및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비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종자시장의 규모는 전 세계 종자시장의 약 1.5%에 불과하지만, 세계 6위권의 농업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고품질 신품종 유전자원 발굴 면에서 타국보다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종자 육종과정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 투자가 요구된다. 따라서 식물육종의 가치와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종자산업 및 품종 육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산림자원의 원천은 종자라 할 수 있다. 재배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우량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좋은 묘목을 생산할 수 없으므로 산림자원 육종경쟁력은 곧 국가의 농림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산림용 종자는 특성상 생장기간이 길기 때문에 불량한 종자가 보급될 경우, 그 효과가 수확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누적되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종자생산에서 조림 후 수확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는 육종방법은 품종 간 인위적 교잡을 통하여 양친의 장점만을 취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분화, 발전되어 왔다. 최근의 세계 종자산업 분야는 전통적 교배육종에서 벗어나 유전공학,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의약 및 재료산업 등과의 융복합산업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선진국들은 종자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해 원천기술 선점 및 유전자원 확보를 서두르는 등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국가차원 육성전략 모색 필요

우리나라는 한때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다국적 종자기업의 국내 진출을 허용한 바 있다. 이의 결과로 토종 유전자원의 유출, 연구인력의 감소, 해외 채종비율 증가 등 국내 채종 기반이 붕괴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이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산림종자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종자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보호 및 육성전략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지난 4월 5일 식목일을 전후하여 전국에서 많은 국민이 나무 심기에 동참하였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림자원을 육성하고 보호해 나가는 데도 국민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의미 있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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