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하여 많은 사상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전 세계가 일본을 돕는 일에 함께 하고 있다. 원전의 방사선 유출과 붕괴위험이라는 극도로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전 세계의 자원봉사자는 지금도 생존자를 찾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의 위대한 헌신과 감동적인 사연을 보면서 문득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봉사활동에 어떤 매력이 있으며, 봉사활동이 가지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사회봉사 뒤 재범률 현저히 낮아

최근 딸아이가 고교 2년이 되면서 대학 진학을 위해서 봉사활동이 필요하다며 나의 의견을 물었다. “너는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춤이나 노래를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키도 작아서 힘쓰는 일도 못하겠고, 공부도 시원찮은데 뭘 하겠냐?”라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더니 “아빠, 딸을 생각해서 좀 성의를 갖고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보챘다.

결국 딸아이가 영어를 조금 하는 편이라서 소년원학교 학생들을 위해서 영어를 가르쳐 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좋다고 해서 소년원학교에서 영어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딸아이의 실력도 미심쩍고, 대학진학을 위해 억지로 하는 봉사활동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최근 딸아이의 행동에 자신감이 넘치고 더 활발해졌다.

소년원학교에서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도 있고,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억지로 하는 사회봉사 중에 법원에서 부과하는 ‘사회봉사명령’이란 것이 있다.  법원이 유죄가 인정된 사람에 대하여 구금하는 대신에 일정시간 무보수로 사회에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제도이다.

대전보호관찰소는 2010년도에 봉사대상자 500여 명과 함께 혼자사는 노인, 장애인시설, 농촌의 영세 고령농민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였다. 법원의 명령에 의하여 억지로 하는 봉사활동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대답은 “확실히 그렇다”이다.

첫째, 봉사명령을 받은 사람과 보호관찰만 받은 사람의 재범률에서 차이가 난다. 사회봉사 없는 보호관찰의 2010년도 재범률은 6.8%인데 반하여, 단독 사회봉사자의 재범률은 2.8%로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재범을 하지 않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호관찰은 재범위험성이 없거나 매우 낮은 경우에 부과되는 것을 감안할 때 비교대상이 동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동질적인 집단에서 재범률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사회봉사라는 집행수단이 주는 결과의 차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들의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봉사대상자는 처음에는 억지로,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1주, 2주가 지나면서 강제로 하는 사회봉사명령임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이 주는 보람을 체험한다. 실제로 많은 봉사자들이 노인 및 장애인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집행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물품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행 마친 후에도 지원 이어져

한 때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이 회자된 적이 있다.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가 살아남아 진화를 거듭해왔으며, 우리 행동도 그러한 유전자에 의하여 설명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고통이 따르는 것은 생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통을 감수한다든지 타인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유전자에게 있어서 본능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한 실망과 함께 비관적인 견해를 갖게 되었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봉사활동으로 더 따뜻해진다. 봉사활동은 원해서 하면 더 좋지만 강제로 해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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