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큰 코 다친다”-<김영재 편집부국장·사회부장>
“그러다 큰 코 다친다”-<김영재 편집부국장·사회부장>
  • 충청매일
  • 승인 2011.01.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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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아무리 바빠도 얼굴이라도 보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 있다. 규칙도 없고 만나는 날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요즘 말로 하면 ‘번개팅’이다. 지난 토요일 그 모임에 나갔는데 개인택시를 모는 한 친구녀석이 자리에 털썩 앉자마자 “야 너무 하는 것 아냐?”라고 한마디를 툭 내던졌다. “뭐가?”하고 되묻자 그 친구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를 꺼내 “정부가 충청도를 갖고 논다”고 흥분했다. 

현정부 충청도 흔들기 도 넘어

그 친구는 이미 매듭지어진 세종시 수정 논란이며 현재 논란의 초기단계인 수도권 규제완화를 사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까지 꺼내 육두문자를 써가며 정부를 욕했다. 아마도 뉴스에서 이 소식들을 들은 모양이었다.

충청도 정치권에 대한, 기자를 포함한 지역 언론인에 대한 심한 욕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술이 한잔 두잔 더해질수록 비판의 강도는 더 심해졌다.

조용히 하라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도 큰 소리를 떠들어 신변잡기 입담을 나누던 다른 친구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듣다가 그 친구와 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어떠한 사안이라도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언론종사자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친구들의 말이 틀린 게 없었다. 현정부들어 계속 충청권이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발등의 불이 된 정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궤도 수정은 충청 민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관련 연구를 했고, 2009년 1월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한 종합계획이 확정됐다. 충청권은 당연히 과학벨트가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충청권에 들어서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후 1년이 지난 작년부터 이상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학벨트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가 경북 포항에 설치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포항은 이 대통령의 고향이고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이며 과학벨트 유치에 뛰어든 곳이다. 작년 말에 제정된 과학벨트특별법에 충청권 입지 문구가 빠졌다.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의 “전국 공모 입지선정”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전국 공모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충청권 입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이 임 비서관 문책을 요구하고,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대선공약 이행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충청도민들은 그들이 진심으로 그런다고 전혀 믿으려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그동안 보아온 정부여당의 행태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현정권의 도덕성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서다.

공약 이행과 도덕성이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권신뢰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된다. 국민에게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위정자들은 불·탈법을 일삼고 있으니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 도덕성을 논의하는 자체가 입만 아프게 한다.

많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수많은 위법사실이 확인돼도 “업무수행에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니 그깟 대선공약 하나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인 들 들은 체나 할까 모를 일이다. 이 정부에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일 뿐이다.

지킬 수 없으면 무슨 해명이나 변명이라도 내놔야 하는데 전혀 그런 기색조차 없다. 그러니 과학벨트 약속 어기는 것쯤이야 대수일까 생각조차 하지 않을 줄 모른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는 존속한다. 그러나 정부는 정권의 부속물이어서 정권성향에 따라 정부성향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바른 정권하에서는 바른 정부가, 부도덕한 정권하에서는 부도덕한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부도덕하다고는 않겠지만 바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공무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불신 인내심 임계점 도달

민주당이 여권의 각종 의혹 폭로로 재미를 보다 헛발질을 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아들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 입학 의혹 제기였는데, 매번 당하던 청와대는 이 때다 싶었는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야바위 정치 등의 단어를 써가며 원색 비난했다. 화가 난 박 대표는 “그러다 큰 코 다친다”고 강력 경고했다.

지금 충청도가 정부여당에 하고 싶은 말이다. 현정권의 충청도 흔들기에 대한 충청도민의 인내심은 거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비록 유권자수가 전국 여타 시도에 비해 적지만 충청도민의 민심은 각종 선거에서의 바로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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