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창궐하여 수의검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고 확산방지를 위해 살처분을 하는데 인력과 안락사 약품이 부족하여 살아 있는 가축을 매몰하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수공통병(人獸共通病)이 아니라 사람에게 피해가 없다고는 하지만 생명체를 경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늘날과 같은 격리와 매장

우리나라에서 바이러스성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것은 1911년에 충북, 전라도를 제외한 전국에 만연했으며, 특히 평안도와 황해도에서는 더욱 심했고, 약 6개월 동안 약 3만 6천두(頭)에서 발병했다. 그리고 1931년과 1933년 북한지역에서 2건의 발생한 바 있으며, 55년만인 2000년에 극소수 발병 이후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아 2001년 9월 20일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구제역 청정국’으로 승인되었다.

그러나 2년 뒤 2002년에 돼지 15건과 소 1건 등 소량이 발병한 후 8년 동안 구제역이 더 이상 국내에서는 발병하지 않다가 2010년 초반에 발병하여 2011년 현재 경기도, 경상도, 충청도 지역까지 휩쓸고 있다. 금세기 최고의 의학이 발전했어도 가축의 전염병에 특효 치료제가 없이 도살과 소독 처분이 특단이라는데 수의학의 발전이 없었던 조선시대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가축에 유행하는 전염성 질병은 수역(獸疫)이라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소에 번진 전염병을 뜻하는 우역(牛疫)을 검색해보면 중종, 영종, 인조, 현종, 숙종, 영조, 고종 등에서 194건이나 나타났다.

인조 14년(1636)에는 “우역(牛疫)이 치성(熾盛·불길 같이 성하게 일어남)하여 서쪽에서 남쪽으로 번지고 서울에도 죽는 소가 줄을 이으니 소 값이 갑자기 하락하고 살아 있는 것은 도살하였다. 한성부에서 소의 도살을 금지하는 법을 거듭 밝히기를 아뢰어 청했다(인조 14년 9월 21일)”고 했다. 현종 4년(1663)에는 “올해 우역이 매우 참혹하게 번져 앞으로 종자가 끊길 염려가 있습니다. 일찍이 정축년(1637)에 우역이 있을 때 소를 죽인 자는 사람을 죽인 것과 똑같은 죄를 적용하기로 영갑(令甲·법전)에 기재하였으니, 지금도 이 법에 의거하여 통렬히 금하도록 하소서(현종 4년 9월 15일)”와 같이 전염병이 확산되자 살아 있는 소를 도살하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또한 숙종 6년(1680) 8월에서 7년(1681) 9월 1년간 우역이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 지역에서 발병하여 소 1만여 두(頭)가 죽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특단의 치료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전염병에 걸려 죽은 소에 대한 처리 방법은 지금처럼 매장을 했다. 1923년 조선총독부식산국에서 발행한 ‘조선지축산(朝鮮之畜産)’을 보면 “종래의 관습으로 우역이 발생하여 유행하면 다른 건전한 소를 격리된 장소로 옮기고 차단해 다른 소의 출입을 금지한다. 또 춘하기에는 전염된 소를 들에 방치하고 생사를 하늘에 맡긴다.

격리차단의 취지는 좋다고 할 수 있으나 이 실시는 철저하지 못하여 병독을 만연시켜 그 피해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병든 소는 태워서 묻지 않고 흙에 파묻고 소독해 병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데 실패할 우려가 있다.

또 단지 병든 소의 뿔을 염색하고, 뿔에 자물쇠나 고추를 다는 등 주술적인 방법을 신뢰하거나 지지기(뜸치료), 침 등을 사용하여 병독을 오히려 만연시키는 등 그 대응이 유치하다” 고하여 일본인은 조선인들이 위생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주술적이거나 한의학적인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폄훼하려는 요소도 없지 않으나 격리와 매장하는 방법은 오늘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역을 치료하는 수의서로는 중국 명나라 때 간행된 황제와 마사황(馬師皇)과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말(馬)의 병을 치료하고 양육하는 사람들을 위해 편집한 말 양육 전문서적인 ‘원형료마집(元亨療馬集)’이 있다.

백신개발·치료법 전력 기울여야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 정종 1년(1399)에 편찬된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이 간행되었다.

이 책에는 말이 앓는 병증과 말이 취하는 자세, 72개의 골격 위치, 78가지 혈의 부위를 그림이 잘 그려져 있으며, 사람의 치료법과 같이 침구법(鍼灸法)과 탕제와 약재를 태워서 향기로 치료하는 훈증 처방을 했다. 전문 수의사가 있었지만 때로는 한의사가 가축의 질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구제역은 한 번 발생하면 근절이 어려워 축산농가 및 관련 산업에 피해를 초래하게 되어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구제역은 이제 어느 특정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우제류 가축 전염병이다.

인류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구제역 퇴치를 위해 백신개발과 치료법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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