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활력은 지방으로부터 근원한다. 지방이 활기차면 그 생기는 온 나라에 퍼져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그러므로 지방이 건강하게 발전할 때 나라는 융성의 노래를 불러 세계를 주목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국제 관계, 문화 등 일반 분야나 특정 분야를 막론하고 수도권에 일극집중(一極集中)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화 울력’ 프로젝트 반응 뜨거워

문화 영역은 특히 더 심하다. 지방 사람들은 문화의 시골뜨기로 평생을 살다 생을 마친다 해도 억울해 할 겨를도, 하소연하고 원망해 볼 대상도 없다.

이러한 모순을 시정해 보려는 것이 지방문화의 재건축이다. 지방문화는 지방 분권에 토대를 둔 독자적인 지역 정치, 지역 행정에 의해서만 지역민의 의식과 생활의 뒤안길에 내장된 문화를 표면으로 흘러넘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흘러넘친 지역민의 문화는 커뮤니티 형성의 기반이 되며 민주적인 시민 사회 형성의 동력이 된다.

즉 문화는 산업사회 과정에서 고립화된 시민과 시민 사이, 개인과 공동체 사이를 연결시키는 고리이고 ‘우리’라는 연대의식을 품어주는 토양이다.

민중 문화를 꽃피워 우중충한 도시의 회색을 지워내고 각양각색의 문화적 살결이 곱게 드러나는 청주로, 경제 논리로만 통용되던 도시의 속도를 줄여 문화를 즐기는 여유로운 청주로, 문화 도심지(文化都心地)가 따로 없이 어디를 가나 문화유적의 묵직한 우아함이 역사의 깃발을 흔들어 보이는, 음악의 분수와 그림의 호수가 넘실거리며 파도치는, 빌딩마다 소극장 간판이 내어걸리고 볼 만한 프로가 올려지는 그런 청주를 만들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이런 소망을 이뤄내기 위해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문화 울력’ 프로젝트인 참 사랑방 문화동아리 육성사업을 제안했다.

문화 울력이란, 민중 문화의 중흥을 위해 자생 문화의 소집단들이 결속력을 갖지 못한 채 400여 분자(자생 동아리 수)로 흩어져 있는 것을, 문화원을 구심점으로 집중화하고 상호 소통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청주 민중 문화의 대단원을 형성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청주문화원을 통해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참 사랑방 문화동아리’ 사업을 시행해 본 결과, 자원 기초 조사에서 400~500여 동아리 가운데 활동의 지속성이 있고 성장 가능성과 시민 문화 발전의 예상 기여도, 장르의 건전성과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결과 80여 동아리가 울력의 구성체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에게 활동(연습) 장소는 물론, 발표 무대, 홍보, 활동 경비 등을 지원하였다. 참여 동아리들의 반응이 뜨거울 뿐만 아니라 여타 동아리들의 참가 신청이 쇄도하고 있어 일찍이 출범했어야 할 시민 문화 운동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시민 문화 운동이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정착하게 되면, ‘한 시민, 한 문화(취미) 활동’의 새로운 문화 지도가 청주에 그려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문화 구조’로 자리 잡고 ‘문화의 새 물결’로 청주 시민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방 문화가 시민들의 생활속에 뿌리 깊이 자리잡기위해서는 국가적인 문화사업이 아닌 향토 문화의 선양사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청주문화원은 고대 문화에서 현대문화에 이르기까지 무형문화에서 유형문화까지 보듬고 매장문화와 발굴문화 등 일체를 아우르는 청주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11년을 목표로 청주문화를 11가지로 분류하여 매년 1권씩 ‘청주문화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향토 문화의 선양사업 선행돼야

제1권 ‘청주의 역사와 사람들’에 이어 올해에는 ‘청주 사람의 삶과 터전’을 펴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기까지의 시원을 건축 분야에서도 찾아내는 작업을 해 보았다.

제1권이 청주인의 통시적 흐름 속에서의 청주인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었다면, 제2권은 생활 속에 깃들여 있는 청주인의 심령을 발굴해내는 일이었다. 또 방대한 분량의 충북민속예술지를 상재했다.

민요, 농악, 민속놀이에서 소중한 조상의 숨결이 담긴 소리와 표정과 놀이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음을 애석하게 여긴 나머지 더 소멸되는 비극의 파국이 오기 전에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갈무리해야겠다는 시급성 때문에 이 서둘러 출판했다. 청주문화의 정체성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된 토대위에 청주 시민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각종 문화사업이 연중무휴 시행되는 청주 문화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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