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일이다. 하루는 결혼 이주여성 두 분이 찾아 오셨다.

자기들은 일본에서 시집 온 사람들이라고 소개를 한 후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를 하려고 하니 농협 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장날이면 매우 복잡한 곳이지만 뜻이 좋아 광장 일부분을 쓰는 조건으로 허락을 해줬다. 바자회 날 잠시 들려보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옷들을 걸어 놓고 회원 대여섯 분이 나오셔서 열심히 판매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도시인 보은에서도 많은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러 오신 외국인 선생님,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기 위하여 오신 외국인 근로자, 속리산이나 법주사를 관광하러 오신 외국인 관광객 등…. 그러나 단연 많은 외국인은 결혼 이주여성일 것이다.

이제는 대도시는 대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결혼 이주여성들이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또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의미에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탄생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이 정착하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순기능적인 면도 있지만 때로는 오히려 역기능적인 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보은서 근무하는 동안 특별한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이 다문화 가정이었다.

농촌사회 변화에 큰 축에 서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각 기관 단체별 교육과정을 보면서 좀 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그것이 바로 ‘다문화 가정 행복 만들기’였다.

교육 내용은 간단하다. 이제까지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가정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종전의 교육 내용을 보면 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 대부분이었다. 그런 종류의 교육은 이주여성들이 우선 급한 대로 한국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될 수 있으나 원만한 가정을 이루는 되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정에서는 아내이자, 어머니이며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 가정.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이주여성이 이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이 서로 배려와 사랑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중순 이와 같은 취지에서 보은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 12가족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졌다.

첫 시간은 가족의 이해와 화합을 위하여 압화를 이용한 액자 만들기였다.

엄마. 아빠. 아이들이 2시간 동안 오리고 붙이느라 열기는 교육장을 녹이기 충분했다. 어느 가족의 작품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모두들 깜짝 놀라기도 했다.

둘째 시간에는 군수님과의 대회 시간이었다. 자녀 교육에 대한 문제, 국적취득관련 문제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의가 이뤄져 이 또한 매우 뜻 깊었다고 본다.

그 날 밤 결혼 후 신혼여행을 못 한 가정들이 대부분이란 사실에 착안하여 ‘첫날밤’이라는 특별 이벤트도 마련했다.

우리가 미리 준비한 포도주와 과일바구니를 방마다 보내 주었더니 다음날 아침 모든 부부들로부터 박수와 찬사까지 받았다. “군수님 내년도에는 지자체와 함께 다문화 가정 음식 만들기 경연대회를 했으면 하는데…”하며 내년 계획까지 말씀드렸더니 활짝 웃으신다. 내년도 행사에는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함께 참여하는 ‘다문화 가족 대축제’가 될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자기들은 모든 어려움과 전쟁 속에서도 자기들의 정체성을 지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뤘으면서 우리에겐 우리 조국의 문화와 풍습을 다 버리고 빨리 빨리 한국 사람이 되라고만 해요.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풍습과 오랜 역사가 있는데….”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의 눈물어린 목소리가 지금도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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