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상황을 고려해 볼 때 요즘을 재테크 카오스(chaos)시대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확실한 수익이 기대되거나 또는 보장해 주는 재테크 수단이 별로 없다.

주식, 펀드 등은 수익률 정체현상이 오래됐고 은행의 예·적금은 물가수준 감안할 경우 마이너스다. 부동산 또한 마찬가지다.

혼돈의 시대는 원칙도 없고 기준도 모호하다.

얼마 전 시세조작 여부를 놓고 한참 시끄러웠던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이 최근에 또 분쟁에 휘말렸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2년 만기로 설정된 모 투자증권회사가 판매한 한 ELS 상품이었다.(지난달 19일자로 만기도래) 문제는 2008년 8월 22일 홍콩에서 있었던 대형 태풍으로 인해 홍콩증시가 임시 휴장을 한 것에서 촉발됐다.

휴장을 한 해당일(8월 22일)의 기준가격을 언제로 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었는데 해당 회사는 변경 공시를 한 후 그 다음 거래일인 8월 25일로 삼았고 그 결과 해당 ELS 상품의 조기상환 (만기일 이전이라도 특정시기에 일정기준이 되면 수익을 배분해 주는 것)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만기인 올 8월에 27%의 투자자 손실을 기록하며 마감됐던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개인투자자는 휴장 당일에도 일본증시는 열렸기 때문에 약속(규정)대로 닛케이지수로 산정해야 했고 그랬다면 올해 5월에 있었던 조기상환 평가일에 적절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란 얘기다.

상품의 내용도 복잡하고 운용·적용하는 기준도 애매한 요즘, 재테크 혼돈의 시대라고 하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다른 나라와 비중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우리나라 서민들이 재테크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노후준비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이나 30대의 경우는 덜하겠지만 40대를 넘어선 사람이면 요즘 같은 재테크 시장 상황에 가슴이 답답하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 걸음 물러서서 재테크 안과 밖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청주시내의 한 노인복지기관에서 은퇴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참석하신 분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후반 정도였는데 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계신 분들도 상당수 계셨다.

안정적 노후경제생활에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자식’이라는 답변이 많았고 더 많은 노후 자금을 모으지 못한 것 역시 자녀 때문이라는 응답이 몇 분 있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자녀가 노후에 방해된다는 말이다.

사업자금이 부족하다는 자녀, 변변치 못한 살림살이의 자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심정일테니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이때를 가리킨 것이리라. 결국 자녀와 한집에서 살던 따로 살던 부모의 노후를 위한 자금이 그대로 유지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지나친 사교육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노후준비의 가장 큰 적은 자녀 교육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를 포함한 이후 세대는 노후준비를 방해하는 근원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상황이며 이것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운신의 폭은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나의 노후’와 ‘자녀의 교육’이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반비례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자세를 가지고 재테크 카오스 시대를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올바른 경제교육이 부모의 노후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는 길임을 명심하고 올바른 인성교육과 경제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자녀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이야말로 21세기에 도래할 각자의 노후를 당당히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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