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3>--김주란<시립정보도서관>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에 이어 청년실신이라는 말이 세간에서 회자 중이다. 청년들이 대학졸업 후 실업자가 되거나 빌린 등록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풍자인데, 이 시대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미래 모습을 이렇게 암울하게 그리고 있다. 

고실업률 속에 세상에 주눅들고, 의기소침해져있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지침서 한권을 소개한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이 책은 고전을 재구성해 현대의 독자들이 읽기 쉽게 전달해주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대해 저자 특유의 관점과 화법으로 분석, 정리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조선의 3대 도둑으로 꼽았던 임꺽정은 명종때 부패한 관리를 벌하고, 곡식을 빈민에게 나눠주는 등 의적 행각을 벌여, 백성들의 신망을 얻었던 실존 인물로 벽초 홍명희는 1928년부터 13년에 걸쳐 장기간 조선일보에 이 이야기를 연재하다가 중단했는데, 미완성본이지만 단행본으로 무려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고미숙은 이 걸작 ‘임꺽정’을 세 번 완독한 후 비로소 황홀경의 지혜를 터득했다고 하는데, 그녀는 이 시대의 마이너 청년 백수와 비정규직에게 “부디 청석골 칠두령의 배짱과 의기를 터득할 수 있기를, 또 갖바치의 눈부신 비전과 지성에 접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인물에 치중해 일부만 알고 있는 임꺽정의 배후에 흐르는 사료에 근거한 사실들에 주목하며, 사상적, 역사적 인문학적 지식들을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유쾌한 이야기에 곁들여 풍부하게 전하고 있다. 또,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방대하고, 종횡으로 얽혀있는 이야기를 경제, 공부, 우정, 사상, 사랑, 여성, 조직의 일곱가지 측면에서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원전의 내용을 모르는 독자라 하더라도 원전을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고, 더불어 작가 고미숙이 의도한 사유의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임꺽정의 칠두령은 하나같이 백수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궁상맞게 사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그들은 사랑과 우정, 공부와 놀이면에서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꿀리기는커녕 휠씬 풍요롭다. 신분으로 치자면 백정인 마이너 임꺽정은 절대 기죽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낸다. 이 시대의 마이너들이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임꺽정이 전하는 길 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노하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임꺽정’ 전집을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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