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권력분산의 역사적 최종점이다.

인류가 공동생활을 한 이래로 권력은 한 사람에게서 소수에게로, 소수에게서 다시 다수에게도 옮겨지는 역사적 과정을 밟아 왔다.

정치체제와 연관시키면 한 사람이 권력을 갖는 것은 독재체제이고, 소수가 지배권을 가지는 것은 과두제, 그리고 다수가 주인으로서 권력을 가지는 것은 민주주의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나 유럽 왕조시대 때 만약 국민들이 세습적인 왕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으니 국민투표로 뽑아 보자고 주장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을까? 반역 중에서도 가장 엄중한 반역으로 간주되어 주장자가 만인환시리에 처형이 되었을 것이 불을 보듯 명백하다.

그리고 이 처형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당연시했을 것이다.

왕조시대에는 왕이 국민의 주인이자 국가의 주인이었다. 때문에 당연히 이 시기에 권력의 최종점은 왕이었다. 따라서 왕의 말이나 행동은 곧 법이었고, 왕의 행동이나 말은 어떤 경우에도 잘못이 아닌 ‘왕의 무오류’가 인정되었을 정도이다.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고난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수립되었다. 민주주의는 그리스어 ‘인민’(Demos)과 ‘지배’(Kratia)가 합쳐진 말로 ‘인민의 지배’를 의미한다.

왕이 지배하던 절대왕정 시대로부터 인민이 지배하는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었고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했을 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노력으로 얻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민주주의, 그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선거이다. 왜냐하면 선거야말로 다수가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1430년 초기 영국 선거에서는 재산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제한선거를 하였고 이 관행은 19세기 후반까지 존재했었다.

그리고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20세기 이후의 일이고 아직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선거의 4대원칙, 그 중에서도 특히 보통선거, 즉 사회적 신분이나 교육, 재산, 인종, 신앙, 성별 등에 제한 없이 일정한 연령만 되면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형태는 역사적으로 1인 혹은 소수의 권력에 맞싸워 이긴 대중의 위대한 역사적 승리이자 신성한 권리이다.

또한 선거는 ‘인민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달성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국가의 주인인 우리가 우리 공동체에 적용되는 공통사안을 모여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에 바쁘고 일상생활이 복잡하기 때문에 공동체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여유가 없다. 때문에 우리를 대신할 대표자를 뽑아 우리 대신 공동체 일을 맡겨야 하는 데 그 과정이 선거이다.

우리를 대신할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국민승리의 상징인 선거가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이 느꼈을 그 가슴 벅찬 승리감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반드시 이번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어떻게 얻은’ 권리인데 그것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현재 많은 사람들은 투표를 권리라기보다는 의무라고 인식한다. 귀찮아하고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권력의 최종 보유자인 국민의 동의를 받은 자만이 국가 통치권력을 가질 수 있고, 국민의 동의수단이 바로 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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