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통합 논의의 이해와 관점--김동진 < 정치팀장 >
청주·청원 통합 논의의 이해와 관점--김동진 < 정치팀장 >
  • 김동진 기자
  • 승인 2010.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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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는 자신의 저서인 ‘설득의 심리학’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여섯 가지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상호성의 법칙’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보답의 의무’를 갖게 된다고 한다.

둘째는 ‘일관성의 법칙’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선택에 맞춰 일관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갖는다.

세 번째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다. 이는 모방과 동일성을 가지려는 심리적 습성에 기인한다.

네 번째는 ‘호감의 법칙’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호감을 갖는 사람을 닮으려는 습성을 지닌다. 그의 말투와 몸짓과 심지어 생각까지도 모방하려 한다.

다섯 번째는 ‘권위의 법칙’이다. 사람들은 권력과 권위 앞에서 작아지고 무기력해진다. 그 권력은 부(富), 정치 권력, 명예, 사회적 서열, 윤리적 서열, 관습적 권위일 수 있다.

여섯 번째는 ‘희귀성의 법칙’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금지된 일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희귀성의 법칙이다.

통합은 대립가치의 동화(同化)

청주·청원 통합 문제는 청원군의회의 ‘반대’ 의결로 사실상 자울 통합이 무산됐다.

청원군의회의 만장일치 반대 의결을 두고 찬성론자들은 ‘지방자치와 대의민주주의를 왜곡한 폭거’라며 비난한다. 청주·청원 통합을 반대하는 쪽에선 ‘민의를 반영한 소신있는 결정’이라고 추켜세운다. 하나의 실체에 대해 엄연히 두 개의 다른 시각과 판단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상대적 객관성’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객관적이지만, 상대방에서 볼 때는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주관적 판단이나 다름없다.

청주·청원 통합을 찬성하는 쪽의 논리를 살펴보면, 청주·청원은 원래 하나였기 때문에 통합해야 한다, 상호 공동발전을 위해선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차피 2014년이면 강제적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 지금 통합하는 것이 이득이다 등으로 귀결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청원군민도 대부분 찬성을 원한다는 점을 당위(當爲)로 앞세운다.

이러한 당위가 대세라면, 왜 청주·청원 통합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까. 왜 소수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할까. 위에서 나열한 여섯 가지 법칙을 적용해 보면 해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상호성의 법칙이 없었다. 무언가를 주겠다는 말은 많았지만 하나라도 먼저 준 것은 없다. ‘보답의 의무’를 갖기보다 ‘의심과 의혹’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일관성의 법칙’도 무시했다. 이는 ‘희귀성의 법칙’과도 연계해 판단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강요하면 반발하기 마련이고, 이같은 반발을 정당화하려 한다. 강요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를 갖고 설득했어야 옳다. 청주·청원 통합의 당위에 조금이라도 동의한다면 이후 설득은 순조로울 수 있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도 활용하지 못했다. 반대하는 사람의 인적 모델을 살펴, 그 사람을 통해 설득하거나 그 사람이 통합에 찬성한다는 논리로 설득해 나갔다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호감의 법칙’도 외면했다. 찬성론자들이 조금 더 반대론자들을 포용하고 보듬었다면 결과는 지금과 사뭇 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반대론자들을 적대시하며 철저히 고립시키고 소외했다. 그들의 결집과 외연 확대를 자초한 꼴이다.

통합 실패는 찬성론자들의 책임통합은 대립가치의 동화(同化)

통합은 서로 다른 논리의 절충을 통해서, 대립하는 존재가치의 용해(溶解)를 통해서, 이질적 실체의 동화(同化)를 통해서 이뤄진다. 반대론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면밀히 파악한 뒤 이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았어야 했다. 그들을 압박하고 고립시키기보다 반대가치의 용해와 동화를 통해 찬성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우세하다면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주민투표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통해 반대론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완화시켰어야 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반대론의 실체를 부정하고 폄훼하고 적대시하며 통합을 논하는 것은 모순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면서 소통과 교류와 배려와 포용을 통해 동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통합으로 가는 절대적 법칙이다.

1994년 주민투표에서 청원군의 반대는 34.3%였다. 2005년 주민투표에선 46.48%로 올랐다. 민심의 변화와 반대론의 한계를 시사한다. 상대성을 인정하고 설득의 여섯가지 법칙을 적용했더라면 분명 통합은 이미 실현됐다고 본다.

청주·청원 통합이 끝내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은 반대론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닌, 찬성론자들에게 귀속된다.

그들의 오만과 편견과 독선과 정치적 논리가 통합 반대를 키우고 정당화하고 응집시킨 진원(震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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