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선 매일 아침 가젤이 눈을 뜬다. 사슴처럼 작은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사자 또한 매일 아침 눈을 뜬다.

사자는 가장 느리게 달리는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든 가젤이든 중요하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은 질주해야 한다.’

‘가젤과 사자의 이야기’는 미국의 ‘보스턴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으로, 초원의 약자인 톰슨가젤과 동물의 제왕인 사자가 쫓고 쫓기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죽음의 경주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질주다.

어느 시대에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질주의 정신, 공존의 미덕’이다. 아무리 빠른 사자라도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슴처럼 작은 가젤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맹수의 왕 사자도 무리지어 협력해 사냥한다.

한껏 기세 좋게 혼자 덤벼본들 잡지 못하면 허사고 먹지 못하면 죽는다. 무리지어 힘을 모은다고 해도 사냥의 성공률은 평균 3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쫓기는 자도 잡히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뛰고 더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므로 사자와 가젤은 공동 진화하게 된다.

해피 뉴 밀레니엄!

격동의 2000년대를 마감하고 첫 10년을 내딛는 또 다른 뉴 밀레니엄인 새 천 년, 2010년이 밝았다. 2010년 새해맞이가 그 어느 새해보다 가슴이 설렌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새해를 맞이하는 덕담 문자 메시지를 유난히 많이 받았던 새해 벽두였다.

‘가젤과 사자의 이야기’는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끝없는 욕망을 지니고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성숙을 소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2010년은 우리 국민에게 있어서 참으로 의미 있는 해다. 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발발 60년, 4·19혁명 50주년, 남북정상회담 10년을 맞는 해로 시련과 영광의 역사가 함께하는 해이기도 하다. 치욕의 역사 1세기만에 세계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의장국이 됐으며 11월이면 G20 정상과 기업인들이 서울에 모여 세계위기를 논하니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하다.

또 다른 10년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공존의 미덕을 화두로 내놓는다. 우리나라를 ‘미래 국가의 전형, 아름답고 역동적인 나라, 21세기의 중심권’이라고 평하는 저명한 미래학자인 리처드 왓슨은 미래의 가장 큰 특징을 ‘양극화와 공존’이 함께하는 공생의 세상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엄청나게 큰 글로벌 기업이 살아남지만 특성화된 로컬 기업 역시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남의 생존을 도와 나의 생존도 도모하는 공존이야말로 2010년 이후 문명사적 트렌드 키워드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지난 10년간 통제되지 않은 이기적 생존욕구가 탐욕의 도미노를 가져오며 세계 경제를 어둠으로 몰고 간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성찰의 결과로 찾은 해법이 공존이다. 리더에게도 공존의 덕목이 요구된다.

리더가 지나치게 앞서가면 사람들은 포기하고 만다. 함께 가는 사람들을 그들의 언어로 설득하며 동행하지 않으면 리더는 외로울 뿐이다. 가젤이나 사자처럼 살아남기 위해 뛰어야 한다면 어느 방향으로 뛸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살펴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의 판단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라면 구성원들은 허탈감에 빠질 뿐만 아니라 불신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공통의 목표를 향해 소통하고 융합하는 기술이, 리더가 갖출 덕목이다. 남과 소통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포용과 관용의 정신이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포용하고 관용하며 공존하는 것이다.

 

새하얀 눈과 함께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밤새 내린 눈 위로 아침 햇살이 내려앉아 순백으로 눈부시다.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내일을 향해 달리고 있는 교육가족에게 파이팅을 외쳐 본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간행한 ‘CEO 징기스칸’을 시작하는 말에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만인이 꿈을 꾸면 얼마든지 현실로 가꿔낼 수 있다”는 구절이 질주와 공존의 미학과 함께 눈 덮인 겨울 풍경 속에 문득 떠오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