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각 시·도에 1개씩의 혁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충남에는 혁신도시 대신 행정수도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긴바 있다.

그러나 결국은 충남에도 규모만 큰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발표를 하자 이에 대한 반발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고 정치권도 이해관계에 얽히며 술렁이고 있다.

수정안은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지정해 기초과학연구원, 융복합연구센터 등 세계 수준의 과학연구,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고려대, 카이스트 등 국내외 우수대학 4∼5곳을 유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구 50만 명의 미래형 첨단경제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투자규모를 당초 8조5천억원에서 2배 가까운 16조5천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선심을 썼다.

9부·2처·2청의 행정부처를 이전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학 등이 포함된 인구 50만의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으로 완전히 뒤바뀐 모습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건설의 가장 큰 목표였던 지방분권의 길은 이번 수정안대로라면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과 권력을 중앙에 그대로 두고 건설되는 세종시는 또 다른 혁신도시이자 기업도시일 뿐이다.

정부가 수도이전을 포기하는 대신 제공할 강력한 인센티브는 기존의 혁신도시로 들어가려는 기업이나 학교의 발길을 돌릴 우려도 있어 또 다른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2030년이었던 완공시기를 2020년까지로 10년 앞당기고 일자리를 8만개에서 25만개로 늘리는 한편, 자족용지 비율을 6.7%에서 20.7%로 확대해 중부권 첨단 내륙벨트 거점과 미래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결국 세종시를 또 다른 기업도시로 전락시키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행정부처 이전 안이 도시 건설의 비용 및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검증하지 않은 채 중앙부처 이전을 전제로 모든 대안을 검토했고, 연구용역·공청회 등에서 제시된 여러 방안들이 실제 법령과 계획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기존안대로 추진할 경우 정부 부처 간 분리된 거리 등의 문제로 정책품질이 저하되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연간 3조~5조 원의 국정비효율 비용이 발생함은 물론, 통일 시 정부부처 재 이전 비용 8조∼17조원 포함되면 향후 20년간 100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제대로 분석되고 검증되지 않은 채 세종 시 건설안이 확정되었다고 하지만 몇 년 동안 100차례 이상의 토론과 정치권 합의로 만들어 놓은 세종시를 불과 몇 달만에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

정부가 세종시 건설의 경제적 가치가 기존 15조원에서 수정안은 40조원이라고 제시한 것은 행정부처 이전을 통한 행정수도 건설로 해결될 것은 입주 기업이나 학교에 불필요한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결국은 국민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즉 25조원의 경제적 차이는 다른 혁신도시로 이전될 경제효과로 세제지원 등을 통해 기업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를 해서 태어난 세종시가 다른 모습으로 변했지만 이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고 여기에 민주당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에서 한바탕 소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 시 수정안이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이렇게 노력해서 서울에 수도를 그대로 두게 했으며 충청도민에겐 커다란 혁신도시 하나를 더 만들어 준 것이니 이것이라도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아닌지 씁쓸한 느낌이다.

결국은 수정된 세종 시는 정 총리가 밝힌 미래형 첨단경제도시가 아니라 규모가 좀 더 큰 혁신도시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신도시 하나가 지방으로 옮겨오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