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눈부신 아침과 함께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새로운 한해를 어떻게 보내고,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구상하게 된다.

새해에는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상서로운 기운이 상승하여 모든 분들이 꿈을 실현하는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소망하고, 특히충청도가 국운 상승의 중심이 되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1년도부터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수신문’에서 그 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한 해 동안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의 분야를 돌아보며, 가장 공감이 되고 적합하다 싶은 사자성어를 선정하는데 지난해에 발표한 2009년도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이는 우리말로 ‘샛길과 굽은길’이라는 뜻으로 바른 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다.

세종시 원안추진 국민과의 약속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의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임기웅변 식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적절하게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에서는 정부의 세종시법 수정 문제가 지역 최대의 이슈로써 충청민의 가슴을 새까맣게 타게 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은 참여정부 시절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합의아래 지방분권 정책으로 입안돼 이미 기반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으며 미래에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국책사업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8월의 찌는 장마더위가 있던 어느 날,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당시 서울시장 임기를 막 마치고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했을 때 대흥동의 조그마한 골목 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충청인들은 과거 일로 인해서 마음이 많이 상해 있으니 민심을 풀어줘야 합니다”라는 건의를 드렸고, 그 이후로는 충청권 행보시 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원안 플러스 자족기능에 대해 역설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는 지난 해 11월 흙먼지 날리는 연기군 역전광장 아스팔트에 앉아 연기군민과 충청인의 아픔을 함께 나눈 적이 있다.

그 현장에는 연기군민들의 애환과 눈물이 넘쳐서 바다를 이뤘다. 70평생 살아오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를 거부하며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죽기를 각오하는 단식투쟁이 이어졌고 어린 시절 고향의 이웃집에서 살았던 동네아주머니께서 삭발하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날따라 난생처음으로 한없이 울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은 국민과의 약속이자 신뢰의 문제이다.

그러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결정 당시 대두되었던 행정 비효율 문제를 또다시 재론하는 것은 국론분열과 함께 정부 정책의 심각한 신뢰성 훼손으로 인해 앞으로 정부의 정책신뢰를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정부는 예정대로라면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충청권에 대한 행보를 보면 마치 폭풍 전야와 같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세종시 원안에 문제가 있으면 플러스 알파를 하면 될 것이라는 소신을 밝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말 육영수 여사 탄신제에 참석한 자리에서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생신 선물”이라며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욱더 절실해진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충청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해서 지난번 미디어법 처리 때처럼 여당이 물리력을 동원해서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충청권 만족할 만한 대안 내놓아야

정부여당의 논리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지지를 받아서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충청권이 만족할 만한 안을 내놓아야 된다. 그렇게 해서 거꾸로 충청권이 야당을 설득해야만 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다.

예전에 서산대사께서 쓰신 선시(禪詩)중에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는 모름지기 그 발자국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걸음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글귀가 있다.

부디 작금의 결정이 대대손손 후회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히 재고해야 할 것이다.
희망찬 2010년 경인년 한해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해 이지만 역사적으로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장래 후손들에게 감추고 싶은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세종시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해 앞으로 정부의 백년대계 정책들이 줄줄이 쪽박 차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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