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식객’ 이라는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보고 나서 원작을 보고 싶어 마흔의 나이를 잊고 만화방에 들렀다.

만화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음식이 다양하고 맛과 영양에 있어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돼 자부심을 느낀 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봉사 명령을 담당했던 공무원으로서 제21권 105화, ‘아 서해안’ 부분에서 기름 유출로 피해를 입은 주민이 ‘진수’라는 여기자를 향해 “기자 샥시, 여기는 취재 그만하구 저짝 사람들 취재 좀 하소! 내 저것들 보면 한심스러워 뭇 살겠어! 사회봉사 명령받은 사람들인디 저렇게 시간만 때우다 간다니께”라며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를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만화 ‘식객’이 일반 국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음식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준,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까지 된 훌륭한 예술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를 시간만 대충 때우는 것으로 표현해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는 물론 일반 자원봉사자들의 사기까지 떨어 뜨리고 사회봉사 명령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까지 혐오감을 주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한 것은 또 하나의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화를 통해서 독자들은 이들을 방치하는 공무원들에게 분통을 터트릴 것이고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들이 정상적인 사회 생활 영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오해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삶의 기회를 박탈 당한 그들은 직장을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재범으로 이어져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할 것이 아닌가.

만화 속에서는 단순히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를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편을 가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피해 주민들을 위해 4개월 넘게 음식 만드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가 직장에서 해고되자 자신들의 저금한 돈을 써가며 모범적인 봉사 활동을 펼치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샘, 코빌, 나즈물)과는 다르게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들을, 따로 모여 시간만 때우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등장시켜 독자들에게 편견과 선입관을 불러 일으킨 것은 예술의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다고 해도 가혹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까 싶다.

지난 해 1월 초 오염된 기름띠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헌 옷가지들을 모아 피해 지역으로 보낸 청주보호관찰소 직원들과 같은 달 24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의 ‘개목항’에서 찬 겨울 바다 바람을 맞으며 기름 묻은 갯바위를 헝겊으로 닦아내던 보호관찰 청소년 10명이 봉사를 마치고 흐뭇해하던 환한 얼굴이 떠오른다.

당시 서해안 오염 지역을 관할했던 대전보호관찰소 서산지소에서는 연인원 423명의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들이 직원들과 함께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 활동을 펼쳤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땀방울이 한 순간에 묻혀 버리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치밀한 현장 취재와 탁월한 이야기 구성으로 ‘타짜’, ‘사랑해’, ‘식객’ 등 명작품을 완성해 온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꼴’ 이라는 작품으로 새로운 감동을 주시는 허영만 작가님께 부탁드리고 싶다.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반인 보다 조금 더 많은 애정의 눈길과 관심을 보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앞으로 사회봉사 명령 대상자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작품을 많이 창작해 주시기를 꼭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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