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라는 것은 주민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원칙이나 이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대의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을 통해 민의를 수렴하는 차선책이다.

그런 차선책이 되어야 할 정당공천제가 지방선거에서 최선책인양 잘못 인식되어 지방자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은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표현할 만큼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민생행정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외교, 국방, 경제 등에 대한 국가 전체의 정책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의 많은 현안들에 대해 유권자들의 의견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가 없어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국가정치나 국가행정이 아닌 주민생활행정이기 때문에 정당의 정강정책과는 무관하며 굳이 정당공천을 통해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정할 필요가 없다.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으로 지방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각종 비리공천과 계보정치 및 줄서기 등 지역주민의 의사결정권이 정당공천제로 인해 심각하게 제한을 받는 등 지방자치의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규정하여 지방의 중앙정치예속과 공천 잡음 및 고비용 선거구조 등의 문제를 발생시켜 지방자치의 발전을 크게 저해했다.

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선거의 정당공천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70% 이상이 반대했고, 이러한 국민의 여론은 2007년 4월 보궐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6곳 중 5곳에서 무소속후보들이 당선됐고, 광역의원의 경우에도 9명 중 6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정당공천제는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시급히 폐지되어야 할 제도’라는 것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지지도가 낮고, 지역주의 성향이 강한 상황에서 최근까지 일부정당에서는 돈에 의한 공천문제가 불거지는 등 당내의 민주주의도 국민들에게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공천제의 운영상 문제는 물론 근본적으로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만큼은 정당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지역주민의 화합과 지역의 참일꾼을 발굴하여 지역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일본에서는 법으로 정당공천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소속 후보 당선율이 99% 이상으로 사실상 정당공천체가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며, 미국의 경우에는 지방선거의 정당참여를 금지하는 주가 1975년 64%에서 1998년에는 90.8%로 점차 확대돼 가는 추세다.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의 정당공천 배제는 필자가 충주시장 재임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확고한 철학이며 소신이다.

17개 국회부터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도를 폐지시키기 위한 법안제출 등 최선이 노력을 다했지만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17대 국회에서 폐지시키지 못했다.

18대 국회 개원이후에는 17대 국회보다 더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세부내용을 다듬으면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법안을 만들었다.

현행 기초의회 의원선거에서 정당의 비례대표제, 중선거구제의 도입은 선거를 편가르기 식으로 만들어 주민들 간에 반목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에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자동으로 폐지되는 기초의원의 정당비례대표제를 대신하여 여성선거구제를 신설하고 기초의회의원의 중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로 바꾸어 자치단체장 및 의원 후보자의 투표용지게재 순위는 추첨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시민단체, 학계, 정계 등이 모인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2010년 지방선거부터는 정당공천 없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 필자가 만든 직선거법의 국회통과를 위한 노력과 함께 1천만인 서명운동 등의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데는 정당의 정강정책보다는 여론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언론을 비롯한 여성, 경제인, 환경, 장애인단체, 지역 내 전문가모임 등 각 분야의 단체들이 내놓은 의견과 정책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당의 정당에 의한 정당을 위한 제도’를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제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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