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모순
지방의회의 모순
  • 충청매일
  • 승인 2008.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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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영재 정치부장

서울시의회에 이어 부산시의회 등 지방의회의 잇단 돈봉투 파문으로 지방의회가 싸잡아 비난을 받고 있다. 중앙정치권까지 나서서 난타전을 벌여 점입가경이다. 그동안 지방의회가 많은 눈총을 받았어도 이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이번엔 ‘돈’이 얽혀들고, 그것도 떼거지로 받은 것으로 밝혀져 지방의회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의회가 갖은 추태를 다 부리는 것처럼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동정론을 펴고 있지만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모두가 지방의회의 업보다.

 

잇단 돈봉투 파문 구조적 병폐

 

1990년 12월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 지방의회의원 선거법 개정안, 지방자치 단체 선거법안 등 지방차지제도 관련 3개 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당시 정부여당은 지방자치의 전면적 실시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단체장 선거의 일방적 연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김영삼씨가 당선되면서 지방자치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고 마침내 1995년 6월27일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형식적으로는 1960년대 이후 30여년만의 완전한 부활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그런 채 중앙정부 예속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이나 부산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 지자체가 여전히 지역살림을 꾸리기 위해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회라고 독립성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충분한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살림살이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를 오히려 집행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신세로 전락시켰다.

예산을 승인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집행부 수장의 눈밖에 날 경우 지역구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까 두려워 할 말을 꾹 참고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집행부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희망일 뿐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본분을 애써 외면하고 의회 내부에서 생존을 위한 길을 찾게됐다. 이게 바로 감투다.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되면 자신의 이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어 다음 선거에 크게 활용할 수 있다. 전용차가 나오고 널찍한 사무실이 배정되며 이에 따라 비서진이 따라 붙고 업무추진비로 불리는 판공비를 쓸 수 있는 등 대우도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집행부도 간부급 예우를 하기 때문에 집행부의 눈치를 덜 봐도 된다. 상대적으로 평의원보다 위세를 더 부릴 수 있는 위치다. 모든 의원이 꿈꾸는 평탄한 의정이다.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 4년 임기동안 두 번 치러지는 의장단 선거가 이합집산과 합종연횡 등 특정 정파나 계파의 편가르기만 판치는 이전투구의 장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회나 부산시의회 등의 돈봉투 추문은 당연한 결과이라고 봐야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지방의회에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달라는 요구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차라리 집행부에 기생하거나 집행부와 공생하지 말아달라는 조그만 부탁이 더 설득력이 있다.

2006년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됐다. 이전에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언뜻 보기에 이전에는 지방의원들이 무일푼으로 일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유급제 도입 전에도 회의수당 등 일정액을 받았다. 이를 월평균해서 받기로 한 게 유급제 도입이다. 일종의 정기적 월급인 셈이다.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보수도 크게 늘어났다.

 

문제점 짚어보고 해법 찾아야

 

그런데 지방의회가 유급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내세운 전문성 제고와 의정활동 질 개선이 과연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고액의 월급을 받다보니 선거만 혼탁해졌다. 또 중앙정치권에 줄을 대는 등 지방의회 스스로 지방자치 가치를 훼손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모든 지방의원이 이런 부류는 아니다. 하지만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지방의회에서 혼자만 똑똑하다고 해서 그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풍토가 지방의회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

싫든 좋든 그도 감투 하나에 욕심을 내는 그저 그런 속물 근성에 젖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아니면 겉으로 욕심을 내지 않을 뿐이거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병폐를 짚어보고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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