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와 국민의 갈등--김영재 < 정치부장 >
MB정부와 국민의 갈등--김영재 < 정치부장 >
  • 김영재 기자
  • 승인 2008.05.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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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예사롭지 않다. 출범한지 겨우 석달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강부자’와 ‘고소영’로 지칭되는 내각이나 청와대 수석 등 이른바 측근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가뜩이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개방 협상과정에서의 아마추어 대처는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벌써부터 탄핵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으로 봐선 이렇게까지 민심이 험악하게 만든 원인을 전적으로 이 대통령과 그의 측근, 그리고 정부여당이 제공한 것 같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시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뢰관계가 깨진 것만은 확실하다. 특히 이들의 가벼운 언사는 국민을 말 그대로 미치게 만들고 있다.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 인사들이 어찌 그리 경박하게 말을 할 수 있나하고 가끔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가벼운 언사 국민 불신 부채질

이 대통령 측근들의 땅투기, 논문 표절 등의 의혹과 관련, 당사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그때는 잘 몰랐다”고 둘러댔고, 청와대의 해명은 ‘일하는 것과 관계가 없다’이다. 그들이 비록 과거에 불법을 저질렀을지언정 지금 하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하기야 농지법 위반이 확인된 사람이 아직도 청와대 대변인을 하고 있느니 이들의 도덕성과 관련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소고기 개방과 관련한 이들의 말을 살펴보자. 다수의 국민은 소고기 개방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고 광우병 위험도가 높은 30개월 이상이 아닌 그 미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아예 소고기 개방 반대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30개월 이상 소도 안전하다는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강조하기 하기 위해 나온 말들이 가관이다. 이 대통령은 “소비자의 몫이다”(4월 2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위험하면 안 먹는 것”(5월8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간담회)이라는 등 소비자가 구매여부를 선택하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할 말이 아니다. 측근들과 반주를 겸한 식사자리에서 ‘국민이 내 진심을 몰라준다’고 푸념할 때도 조심스럽게 꺼내야 할 말이다.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심재철 의원은 어떤가. 심 의원은 이 달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광우병 원인물질이 SRM(특정위험부위)에만 있기 때문에 SRM만 제거하면 광우병에 걸렸든 안 걸렸든 아무 이상이 없다”며 “광우병 걸린 소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어도 광우병 안 걸린다”고 단언했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하루 뒤인 7일 청문회에 출석해 “SRM을 제거한 쇠고기는 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문회 패널로 나온 한 대학교수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로또복권 당첨된 후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역설했다.

현재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이 말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지만 국민을 설득하는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이 대통령 말대로‘내가 싫어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구매행위의 기본이다. 그러나 국민은 ‘만약’을 걱정하고 있다. 내 의지대로 광우병 위험인자가 포함된 물품을 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보다 더한 게 수입돼도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사가 모두 내 의지대로 될 수는 없는 게 진리다. 그래서 국민은 국가가 나서서 걱정의 근원을 제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이런 욕구분출이 10대 청소년 참여가 많은 촛불문화제이고 언론사나 포털사이트 등에 올리는 글이다.

책임회피성 반문하지 말아야

그런데 정부는 촛불문화제 이면에 어떠한 불순한 의도가 있다느니,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등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과연 정부는 이런 노력이 긍정적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난주 포털사이트 ‘다음’에 한 네티즌이 쓴 글이 눈에 띄었다.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지금 국민의 소고기 재협상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비꼬는 말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어느 나라가 자국민 해치는 고기 사다 먹겠느냐”고 말꼬리 물고늘어지는 책임회피성 반문을 하지말고 협상조건 전반에 대해 점검을 해야 한다. 소고기 청문회와 FTA청문회에서 몇 가지 협상과정 오류가 밝혀졌는데도 계속 고집하면 온라인상 대통령 탄핵추진보다 더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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