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할멈숨두부

   
 
  ▲ 청주 할멈숨두부에서 자신있게 선보이는 꿩육회, 꿩불고기, 꿩만두 요리.  
 

입맛이란 게 참으로 간사하다.

지난 여름엔 가슴 속까지 얼얼해지는 냉면만 찾게 되더니, 찬 바람이 목덜미를 싸늘하게 감싸는 가을이 오니까 몸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음식이 간절해진다.

호사스런 눈은 붉게 물든 가을풍경에 취해있고, 게으른 입은 가을의 향미에 연연하듯 나른해진다. 이런 날 궁금해지는 음식이 있다. 바로 꿩요리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할멈숨두부(대표 구영만·강정희 부부·☏043-233-1162)’는 제대로 된 꿩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할 만하다.

개업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알음알음 찾아드는 손님들이 솔솔찮다.

그도 그럴 것이 할멈숨두부는 소위 ‘초짜’음식점이 아니다. 지난 2001년 11월 충주 수안보에 ‘할멈숨두부’를 개업했는데 음식맛이 소문 나 2년 전 강원도 원주점에 분점을 냈고, 두 달 전에는 서울 화곡점까지 분점을 차렸다.

저지방·고단백질 식품인 꿩고기는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 된다. 동의보감에도 꿩고기는 기력을 더하고 위를 강하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피부병에도 좋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꿩맛보기가 요즘엔 더 쉬워졌다. 꿩을 사육해서다. 이 음식점도 수안보지역에서 사육한 꿩고기를 쓰는데 야생꿩보다 맛이 훨씬 부드럽다고 한다.

이 집에서 꿩으로 요리하는 음식은 6가지 정도. 꿩의 가슴살로는 달큼한 배를 채 썰어 넣고 참기름을 조금 떨어뜨려 육회로 먹는다. 쫄깃쫄깃한 꿩다리살은 당면과 부추, 버섯과 조물조물 무쳐 꿩버섯잡채로 낸다. 꿩고기와 야채를 갈아 만두 속을 채운 꿩만두는 담백하고, 꿩고기에 맛살, 햄 등을 곁들어 부쳐낸 꿩전은 고소하다.

꿩요리를 제대로 먹으려면 꿩을 우려낸 진한 육수에 얇게 썰은 꿩육회를 적셔내 소스에 찍어 먹는 꿩샤브샤브가 제일. 꿩육회를 먹고 나면 남은 꿩의 살과 뼈를 넣어 우려낸 육수에 밀가루 반죽을 큼직큼직 떼어 넣은 꿩 수제비가 나오는데 4인 가족이 먹기에 충분하다.

수제비 국물을 한 스푼 떠먹으면 절로 술 한잔이 생각날 정도로 국물맛이 개운하다. 여자들에겐 꿩불고기가 인기가 좋다. 불판에 꿩가슴살과 부추, 양파, 버섯 등을 넣고 들기름에 볶기만했는데 그 맛이 달짝지근한 게 감칠난다. 딸려나오는 10여가지 밑반찬 역시 강한 조미료를 거부한 ‘정직한’ 맛이라 부담없이 손이 간다.

강 대표는 “음식에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웰빙음식이라고 부른다”며 “제대로 된 꿩고기 맛을 청주시민들에게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싶다”고 말했다.

맛을 보고 짐작하건데, 꿩요리의 진정함은 ‘담백함’이다. 갖은 양념으로 지지고 볶아 첫술부터 혀를 감아 도는 화려한 맛에 지친 그대를 위한….

송이버섯꿩샤브샤브(1마리) 7만원. 꿩불고기(1인분) 1만5천원. 꿩만두(1접시)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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