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의 세상이야기] 대를 위한 소의 희생
[홍석원의 세상이야기] 대를 위한 소의 희생
  • 충청매일
  • 승인 2022.06.23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전에 근무한 직장 여자 동료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서로 정년퇴직 후 뜸하다가 모바일 청첩장을 받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축하문자를 보내고 그날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못 본지 오래되어 보고 싶기도 하였지만 그에게는 직장 재직 시 업무 수행하며 지은 빚이 있어 항시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다.

당시 필자의 보직은 고객 창구를 총괄하는 자리라 우편이나 금융 등 전 창구가 원활히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민원 해결이란 제일 중요한 부서인 민원실에 문제가 있었다.

민원실은 다른 창구나 우편물 배달 등 우체국 전체에서 발생한 고객 불편이나 불만족 사항을 해결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문제를 확대하거나 민원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한동안 민원실 직원들에게 교육도 시키며 개선 노력을 해보았으나 그중 한 직원이 공직 경험이 짧고 성격상 맞지 않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로 협의하고 적임자를 물색하던 중 그가 떠올랐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어렵겠지만 민원실을 맡아달라 이야기하니 대뜸 승낙하여 민원실에 그를 바로 배치했다.

그가 민원실에 근무하면서부터 민원실이 조용해지고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됐고 고객 만족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그가 민원실에 적임자란 평가가 돌자 장기간 민원실에 근무하게 되어 후에도 전에 있던 금융창구로 갈 기회를 잃게 되었다.

그후 필자는 다른 우체국으로 전출 갔고 가끔씩 그가 근무하는 국에 방문하게 되면 필자 때문에 계속 이곳에 근무하고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하곤 했다.

웃으며 말하지만 만날 때마다 들으니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다.

우체국 전체를 위해 한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수당문제나 업무수행 어려움 등 여러 면에서 손실과 희생이 수반되었기 때문에 재직 시는 물론 퇴직 후에도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있다.

그런 이유로 만사 제쳐두고 그날 결혼식에 참석하며 옛 동료들 만나면 반주도 할 요량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갔다.

다른 옛 동료들도 만나 볼 겸 일찍 갔는데 식장 앞에서 그가 반가워하며 남편에게 소개해줘 인사하고 하나둘 모여드는 보고 싶은 동료들과 만남의 기쁨을 나눴다.

동료들이 필자를 보고는 아직도 현직에 있을 때처럼 젊고 활발해 보인다고 하여 립 서비스인 줄 알지만 싫지는 않았고 으쓱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한 현직에 있는 직원이 일정이 바쁜데도 필자를 태워준다며 기다리자 다른 퇴직한 여직원이 자기가 집도 알고 가는 방향이라고 하며 그를 보내고 집까지 편안하게 태워다 줬다.

그날 하루를 보내며 대를 위해 희생한 그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게 되어 위안이 되었고 옛 동료들 만나 즐거웠다.

직장은 공적인 만남이다 보니 때로는 하기 싫은 소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서로 역지사지로 이해하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직장이라는 대를 위해 희생하여준 그에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표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