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석의 흔들의자] 고슴도치 딜레마
[서강석의 흔들의자] 고슴도치 딜레마
  • 충청매일
  • 승인 2021.12.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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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따사로운 햇살로 반짝이던 삶이 갑자기 잿빛 세상으로 변하여 온통 암흑이 된다. 눈은 뜨고 있으나 가는 길은 캄캄하고,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있으나 고독은 얼음같이 차가운 칼날이 되어 폐부로 파고든다. 그리하여 삶을 이끌던 의욕과 열정은 힘을 잃는다. 인간관계의 틀어짐은 삶을 이렇게 바꾸기도 한다.

동화 속 우정 이야기처럼 사람에게 관계(우정 사랑 나눔…)는 소중하다. 이른 봄, 처마 아래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풋풋한 나눔이면 좋겠다.

사람 관계는 종종 틀어진다. 사람은 고독이라는 상처를 피하려 사람을 가까이한다. 하지만 사람은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은 상처를 받는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런 현상을 ‘고슴도치 딜레마’라 표현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독립성과 타인과의 일체감 사이의 갈등’ 현상을 고슴도치에 비유해 표현한 말이다. 추운 곳에서 고슴도치는 온기를 나누려 가까이하려고 하지만 가까이할수록 상대의 가시에 찔리게 된다. 그렇다고 서로 멀어지면 온기를 나눌 수 없어 추위를 이길 수 없다. 고슴도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가 터득한 방법이 가시가 없는 머리를 맞대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살다 보면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가까이하려 한다. 혼자서는 즐거운 것도 재미가 덜하고, 거친 세파를 헤쳐나가기에도 혼자는 벅차고 외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너무 가까이 있게 되면 보이지 않는 서로의 가시에 상처를 입고 더 많은 가시를 세우게 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부부, 가족, 친척, 친구 등 모든 인간관계에는 혐오와 질투와 적대감이 동시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적대감이 없는 사이는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뿐이라고 한다.

이 ‘고슴도치 딜레마’는 인간의 심각한 딜레마이다. 이는 곧 우리 자녀의 딜레마이다. 우리의 자녀가 성장하고 살아가며 당면할 중요한 과제이다. 그들은 자아의 독립성이 갖는 속성과 타인과의 일체감 생성에서 빚어지는 충돌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자녀가 성장하며 이 딜레마를 극복하고 인간관계를 잘할 수 있도록 부모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지도해야 한다.

타인과 인간관계를 잘하려면 오히려 그 관계를 목표로 삼지 않아야 한다. 그 관계를 단순한 즐거움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상호 관계에서 서로 발전적인 의미와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누군가 실력이 없는 인간관계는 다른 누군가에게 방해요소이다. 즉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내공과 능력을 쌓는 데 집중하며 자아의 그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능력을 쌓으면 사람은 많다.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삶은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고 상호 발전적인 관계가 이루어지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의 지혜로운 관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인간관계를 원하면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위안은 마음이 힘들 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지향점이 힘든 마음의 치유여서는 안 된다. 이는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를 유발한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편한 관계에서 바람직한 위안과 정이 솟는다. 자신에게 시련과 고난이 있다면 밖에서의 위안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강한 힘을 찾아야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은 실질적인 능력을 쌓고 내적 성장을 하여 인간적인 온기를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인간관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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