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나무를 심을 때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십여 년 전에 노후 전원생활을 꿈꾸며 공직시절 근무지인 인근지역에 토지를 매입하고 매년 나무를 심으며 보람과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농촌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가축 기르는 걸 좋아해서 후반기 인생은 텃밭 가꾸면서 토종닭과 강아지를 비롯한 동물들과 어울려 시골에서 생활하면 낭만적이고 행복하겠다는 순수한 생각에서다.

정원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올해는 무슨 나무를 심을까 수종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묘목을 주문하고 농원에서 오기까지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어린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동안은 직장 다니며 나무 가꾸는 게 쉽지 않아 시행착오도 많았고 관리를 잘못해 주위의 핀잔도 들었지만 그때는 단연 공직업무가 우선이었다.

초창기에 수종을 잘못 선택하고 관리를 못해 다른 곳으로 이전시킬 때는 안타깝기도 했는데 과장된 말로 곱게 기른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심정과도 같았다.

올해도 그동안 키워왔던 소나무를 이웃들에게 일부 나누어 주기도 하고 간격을 조정하여 옮겨 심었다. 남은 공간에는 복숭아, 대추, 감등 유실수를 심고 가장자리 둑에는 사철나무와 영산홍을 심었다.

비탈에는 토사방지를 위해 꽃 잔디를 심을까 했는데 농원에서 맥문동이 번식력이 좋다고 추천해줘 교체했다.

올해는 목본200주, 초본 400포기 심었는데 이제 남은 공간에 다년생 농작물 씨앗을 고루 뿌려 초원을 만들 계획이다. 나무도 생물이기에 나무 묘목을 심을 때면 부모가 자식 돌보듯 정성을 다하게 되는데 보람도 있고 행복을 느낀다.

누군가 1년을 계획하려면 벼를 심고, 10년을 계획하려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계획하려면 자식을 교육시키라고 했다.

필자 역시 십여 년 전에 나무를 심지 않고 퇴직 후 심으려 했다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고 어느 세월에 키울까 하는 생각에 흐뭇해하기도 한다.

전반기 인생 상징이었던 공무원증 대신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과 숲 사랑 지도원증을 가지고 다니는데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공직 은퇴 후 인생 2막을 위해 숲 해설과정을 밟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숲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숲과 나무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나무를 심는 심정도 새로워졌다. 숲의 경제적 기능, 공익적 기능, 문화적 기능을 배웠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웰빙과 건강이 우선시되고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는 요즘 나무와 숲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에서는 생활권 주변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15개시, 도에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하고, 도시 내 미세먼지를 날려버리기 위한 바람길 숲을 11곳 조성한다고 한다.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것은 생명과도 직결되는 일이기에 전 국민이 나무를 사랑하고 숲을 보호해야 미래가 있다.

나무를 심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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