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충청매일] 논어에도 활쏘기가 나오고 맹자에도 활쏘기가 나옵니다. 2016년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듣는데, 어떤 교수가 나와서 맹자가 한 말이라며 한문 구절을 소개하고 해석합니다. ‘인이불발’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목입니다. 한문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君子引而不發, 躍如也. 中道而立, 能者從之(군자인이불발 약여야 중도이립 능자종지).

그런데 그 방송의 해석이 활을 쏘는 당사자인 제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상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을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거의 다 마찬가지이고, 주먹구구에다가 자기 멋대로 해석을 해대는 중이었습니다. 활량으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해석을 해댑니다. 예를 들면 다음처럼 해석을 합니다.

군자는 시위를 당길 뿐이지 화살을 쏘지 않고, 막 쏘려는 듯이 시범만 보일 뿐이다. 그런데 군자가 바른 도에 맞게 서 있으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를 따라 배운다.

이 해석이 말이 안 되는 것은 <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활 쏘는 사람이 활을 다 당기고서 안 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시범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안 쏜다고요?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그래서 성리학의 완성자 주자께서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렇습니다.

군자가 활을 당겨서 쏘지 않아서 그 모습이 금방 바로 화살이 튀어 나갈 듯하여, 중도(과불급도 치우침도 없이 중간에 서있는 상태, 너무나 명확해서 보면 알 수 있는 상태)에 서있거든 능한 자는 그것을 스스로 따른다. 인(引)은 활을 당기는 것이고, 發은 화살을 쏘는 것이다. 약여(躍如)는 튀어나가는 듯하다는 뜻이다. 윗글의 구율이라는 말을 인하여 말하기를, 군자가 사람을 가르침에 다만 공부하는 법으로써 가르칠 뿐이고, 그것을 터득하는 묘로써 고해주지 못하는 것(고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득지지묘(得之之妙)는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는 경지)이 활 쏘는 자가 활을 당겨서 화살을 쏘지는 않으나 고해주지 않는 것이 튀어나갈 듯하여 앞에 훤히 드러나있는 것(見於前)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중(中)은 과불급이 없는 것을 말하니 중도이립(中道而立)은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것을 말한다. 능자종지(能者從之)는 학자가 마땅히 스스로 힘써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장은, 도에는 정해진 체가 있고 가르침에는 이루어진 법이 있으니, 낮은 것을 높일 수 없고 높은 것을 깎아내릴 수 없으며, 말을 한다 해서 드러날 수도 없고 묵묵히 말을 하지 않아도 감출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을 읽으면서 주자도 활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구절을 풀이한 모든 사람들의 글귀가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제가 멋대로 풀어보았습니다. 물론 구두점도 다시 찍어야 했습니다.

君子, 引而不發, 躍如也中道, 而立能者, 從之.(군자, 인이불발, 약여야중도, 이립능자, 종지.)

군자의 만작 상태는 그 우뚝함이 (활의) 이치에 딱 알맞아서 (오래 부지런한 연습을 통해 그렇게) 설 수 있는 사람들은 이를 따른다.(그러니 이렇다 저렇다 말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활을 쏘다 보니 별의별 짓을 다 하며 살게 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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