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직장에서 화목한 직장임을 자랑하고 조직관리 차원에서 흔히 ‘가족 같은 직장분위기’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상부에 업무보고나 각종 계획서 수립시 ‘가족 같은 직장분위기 조성’이란 용어를 의례적으로 나열했었다.

가족이란 부부를 기초로 해 한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로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므로 통상 친근함의 표시로 두루 회자되고 있다.

필자가 40년 동안 봉직한 우체국은 다른 기관이나 직장에 비해 가족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해 왔다. 과거 체신부 시절엔 ‘체신가족’ ‘우정가족’ 그리고 퇴직자 모임인 (사)정우회에서는 ‘정우가족’이란 표현을 자주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불기 시작한 ‘미투’의 여파와 사회적 변화로 오랜 기간 즐겨 써오던 ‘가족 같은 직장분위기’란 표현을 사용하기가 어색하고 오해받기 쉬운 신세가 됐다.

우체국에서 가족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하게 된 배경은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으나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회고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 번째 편지라는 친근감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정보통신수단의 발달에 따라 손 편지가 사라져 가고 있지만 지난날엔 유일한 통신수단으로서 사랑의 대명사였다. 편지 속에는  글쓴이의 정성과 마음이 듬뿍 묻어있어 언제 보고 들어도 포근하고 설레임과 낭만이 있다.

두 번째 국가의 중추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자긍심 고취다.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우편이나 금융 등 모든 서비스는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에 잠시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 요소이지만 종사원들의 피 와 땀의 노력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노고를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세 번째 우정업무는 공공성과 기업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종사원들이 단합하고 전진하기 위한 함성이라고 본다. 우체국은 국가 기관이지만 특별회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해 제반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필자 역시 이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우편이나 금융 등의 서비스 제공이나 목표달성도 중요하지만 직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모든 성과가 반감되고 가치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등의 사회변화로 직장에 대한 시각이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직 생활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전 직원들의 공감대 형성인데 상하간에 생각의 차이가 많아 오랜 기간 교감이 필요하다.

우편집배원의 빨간 자전거와 가방에는 세상살이 수많은 사연의 편지가 가득해 정이 넘쳤고 남녀노소 모두가 반겼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발전해도 직장의 ‘가족 같은 직장분위기’라는 아름다운 표현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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