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정우회는 우체국 퇴직자 모임 단체 명칭이다. 우체국이 체신부 시절엔 체우회로 하다가 정보통신부로 부처 명칭이 변경되면서 정우회로 개칭됐다.

지난달 정우회 충북지회에서 가입 안내문과 함께 신청서를 동봉해 왔다. 기분이 야릇하면서 반가웠다. 아직 공로연수중이라 출근 안한지 얼마 안 되었고 정년퇴직이 실감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체국 공직생활 40년 하는 동안 충남북 곳곳을 일정기간씩 근무 하면서 많은 직원과 주민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타향에서 누구나 처음 만날 때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한동안 업무수행하면서 동고동락하다 헤어질 때는 이별의 아쉬움이 컸고 오래갔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이다음 정우회 모임에 꼭 나오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그렇지 않으면 이임 후 평생 한 번도 못 만나는 직원도 있기 때문에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고 만남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직원들하고는 정우회 모임이라는 연결고리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하고는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아 생사확인이며 그리울 때가 많다. 정우회 충북지회 회원이 500여명이 되고 청주에만 300여명이 가입해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공직시절 지역마다 퇴직자 분들 모임을 주선해 조성하기도 하고 연말에는 우체국에 초청해 선후배간 만남의장을 만들기도 했다. 충북정우회에서는 소모임인 등산회를 비롯해 탁구·골프 등의 동호회 모임을 활성화해 회원들의 우의와 건강을 증진시키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정우회 사무국장한데 연락이 왔다. 다음날 정우회 등산회에서 문의 양성산에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아직 여러 가지 준비가 안된 상태이지만 뚜렷한 계획이 없었기에 가겠다고 했다. 먼저 퇴직한 지인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더니 좋다고 하여 같이 갔다. 모임 장소에 가보니 20여명이 모였는데 옛날 직장 선배들로서 오랜만에 보니 매우 반가웠다. 평일에 출근 안하고 등산한다고 하니 아직 어색함은 감출 수 없었다.

출발선에서 두 패로 나뉘었다. 한쪽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고 한쪽은 주위에서 평길 조금 걷다가 쉬는 사람들이다. 산에 오르지 않는 사람들은 단지 옛 선후배들을 만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 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 했으니 누구보다 반가운 사이들이다. 모임의 필요성과 참여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장생활 할 때 직원들에게 정우회 모임을 강조하고 참여를 독려한 이유다.

필자는 이 모임을 ‘은퇴 후 학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퇴직하고 갈수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 일인가 하는 생각에서다. 재직 시 가는 곳마다 정우회 모임을 홍보하고 다니니 일부에서는 이다음 회장하려고 그런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들었다. 모든 만남을 중요시하고 인연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갈망하기에 무슨 소리를 해도 좋고 즐겁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정우회 모임에 가입하면서 드디어 나도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하니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