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최근 초정 광천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종대왕의 ‘초정 행궁’을 잘 고증하고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세계 문자박물관과 문자공원을 조성하고, 초정 행궁과 초정 광천수를 이용해 휴식과 치료의 글로벌 휴양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직까지 초정행궁에 관련해서도 정확한 고증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초정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존자원인 광천수 분포지역의 범위와 지질대, 수질, 수량, 수위 등에 대한 정밀 사전 지역환경 조사·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에 동감한다. 아래 ‘동국천품’에 수록된 우리나라의 유명약수 여섯번째 소개에서 보듯이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주인리(周仁里)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변이종 황금소나무를 지나면 덕구리(德邱里)에 노천온천(露天溫泉)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년 전 고려 말에 태백산맥의 동쪽에 위치한 응봉산(鷹峰山, 999m) 아래 활과 창술(槍術)의 명수인 전모(田某)라는 사람이 30여 명의 사냥꾼들과 함께 멧돼지를 쫓고 있었다. 그런데 상처를 입고 도망가던 멧돼지가 한 계곡에 이르러 몸을 씻더니 다시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전씨 등이 멧돼지가 몸을 씻은 계곡을 살펴보니, 그곳이 바로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온천수 자리였다고 한다. 본래는 조그마한 노천탕이었으나 지금은 현대식시설을 갖춘 대중목욕탕으로 개발되었다.

강원도 영월(寧越)의 북쪽 40리 현재 평창군에 평안천(平安泉)이 있다. 평안역(平安驛)의 남쪽 1리에 있다. 군과의 거리는 30리이다. 산기슭의 절벽 밑에 창문 같은 구멍이 있어 장마철마다 물이 구멍으로부터 솟아나온다. 또 그 남쪽에 샘이 있으니 솟아오르고 내뿜어서 드디어 큰 냇물을 이루었다. 이 샘은 아무리 수량이 적어도 어느 정도의 수량은 늘 유지하며 비가 많이 오게 될 경우 평안굴에서 흙탕물이 마구 나온다.

갈산동온천(葛山洞溫泉)은 강원도 이천(伊川)의 북쪽 19리에 있으며, 일명 상린원온천이라고도 부른다. 세종임금께서 눈병이 있어 여러 도에 사자(使者) 보내 온천물을 길어와 저울에 달아보니 갈산 물이 가장 무거웠다. 세종이 옛 동주(東州, 철원)에서 무예를 연습하면서 이 온천에 행차해 목욕하니 효험이 있었다. 지금 방장면(方丈面) 구당리에 행궁지가 있다.

최근에 이 온천지에서 1440년대 초의 온천치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욕탕 건물터와 내부시설물이 발굴된 것으로 미루어 500년 전에도 온천휴양시설로 널리 이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유적에는 축대돌로 둘러싸인 4각형의 면적 안에는 4개의 수조가 대칭되게 배치돼 있고 온천을 수조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로가 뻗어져 있다.

초정약수 개발사업안에 감사원의 지적처럼 실제 관광객 수 예측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기본적인 행궁터의 확실한 고증은 물론 세종문화치유특구’ 지정을 절차에 따라 청주시와 전문가, 지역주민. 단체 등의 협의체를 구성해 특구 범위를 관리 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된 후 세종대왕 초정르네상스 기본계획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시 수립해야 한다. 초정약수는 후손들에게 물려 줄 또 다른 문화자원이다. 성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지역적 갈등과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보다는 공정하게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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