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말에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음력 5월과 6월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대략 6월에서 7월 정도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이 메르스라는 감기로 인해 온 세상이 난리법석이다.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샤스, 2009년에는 신종 인플루엔자 신종플루, 그리고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국가방역체제를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이 다음에 올 전염성 감기는 무엇일까? 초등학교에 다니는 필자의 딸아이는 의학에 관심이 많은데 다음에는 분명히 빤스(팬츠)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감기가 샤스(셔츠),  메르스(메리야스) 등 속옷과 관련이 많기 때문이라는데 웃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요즈음은 여름에도 감기가 많이 걸린다. 흔히 냉방병이라고 하는 에어컨으로 인해 실내외 온도 차이가 많이 나서 기관지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건축자재에 쓰이는 화학성 약품 등이 면역에 약한 이들에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질병은 환경에 따라 원인 모르게 발생해 어느 시대 사회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공포였다.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해도  전염병으로 이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의학이 발달한 요즈음도 결핵이나 폐렴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연간 1만여명이 넘는다는 통계이다.

이같은 상황은 메르스 확정 환자가 아님에도 평소 잔기침을 하는 지병이나 일시적으로 여름 감기를 앓는 환자들은 공공장소나 직장 등에서 왕따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는 등 사회불안을 더욱 가속화 시켜 정치 불신에까지 이르게 했다.

처음 메르스의 발병 원인을 낙타로 규정하고 낙타 생고기와 젓을 섭취하지 말라는 등의 중동에만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동물원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애매한 낙타를 매개체로 희생시키려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낙타는 고려 태조 25년(942)에 거란이 보낸 50필의 낙타를 만부교 밑에 매달아 굶겨 죽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역사가들에 의하면 이 사건의 내막은 거란이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를 하루 아침에 멸망시킨 무도함에 대한 징벌이었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 성종도 1468년에 낙타를 진기한 동물로 중국에서 들여오려고 했으나 신하들이 사치를 조장한다해 수입되지 못했다. 만일 이 당시에 낙타가 우리 땅에 들여왔다면 메르스가 더 일찍이 창궐할 수 도 있었으나 조상들의 슬기로 막은 것이 아닌가 한다.(?)

전염병학의 치료가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병의 발생도 원통하고 억울함을 안고 혹은 분함을 품고 마음에 맺혀 죽거나, 배를 주리어 죽은 귀신의 원기가 화기(和氣)가 상함에 따라 변괴(變怪)가 생긴다는 귀신의 장난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하여 국가차원에서도 비록 비과학적인 방법인 귀신 달래기에도 치중함은 물론 병이 발생하면 즉각 국가기관에 수용하거나, 약재를 지방에까지 지원하는 등 당시에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행정력을 동원했다. 또 역질에 걸린 환자의 병세가 중해지면 마을과 격리시켜 확산을 방지하고 사망자에게는 특별히 휼전(恤典:위로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료정책은 메르스 사태에 임한 감염병원 공개 등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의료 당국은 과거의 의료시스템과 통치자들의 컨트롤 정책 등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메르스는 진정단계가 접어들고 있다. 오늘날 전염병은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전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무서운 재앙이다. 질병 재난에 대한 역학조사와 치료방안 등 철저한사전대책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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