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5월3일 6대 대통령 선거가 박정희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청와대는 60여일 후에 있을 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기 위해 고심했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3선을 위한 개헌의석 확보가 목표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선거법시행령을 고쳤다.

즉 관권 선거의 길이 열린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5월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장시간 격론 끝에 “별정직 공무원인 대통령과 장관의 선거운동은 선거법에 위반된다”며 불가판정을 내렸다.

당황한 여권은 “대통령은 정당원이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또 다시 마라톤 회의 끝에 표결에 부친 결과, 근소한 표차로 “정당의 대표자인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대통령의 경우 8일 만에 ‘불갗에서 ‘갗로 번복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로부터 18일 후인 6월8일 실시된 7대 총선에서 제2의 3.15 부정선거, 로 불릴 정도로 불법과 혼탁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이처럼 우리는 지난 독재 시절, 관권선거와 금권선거에 휘둘린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직선거법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국민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는 대통령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최종적인 지위에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참평포럼 강연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며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 예비주자를 공격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그 놈의 헌법이 토론을 못하게 해서”라며 헌법 경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은 취임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라고 선서했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헌법과 모든 법률을 모범적으로 준수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런 대통령이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 중립의무 준수와 공명선거협조 등 4차례나 경고 및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은 중대한 실책이며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청와대는 지난주에 노 대통령이 두 차례 선거 중립위반을 경고 받은데 대해 헌소에 헌법소원 청구를 했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그러기에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 해당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은 정치적 부적절하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시선이다.
불만이 있지만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적 평가와 법률적 판단,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분리해서 생각할 문제다.

앞으로 사회적 논의와 검토를 통해 선거법을 개정해 점차 합의를 해나가면 된다.
만일 선거법에 공무원 중립의무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평소 생각했었다면 임기 초부터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는 법을 개정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임기 말 노 대통령은 선관위 결정이 못마땅해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선 공정관리에 역점을 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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