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 부근의 한 문중의 산에 현수막이 걸렸다. “빠른 시일 내에 산소 이장을 하지 않으면 추후 책임지지 않겠습니다”라는 이장 공고문이었다. 이 때문에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문중 산모퉁이에라도 묘지를 쓸 수 있었던 한 가족이 최근 고민에 빠졌다. 갑자기 어디로 이장을 해야 할지 모를 뿐 아니라 이장을 하려면 산을 사야하고, 산을 사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생각해 낸 것은 결국 납골묘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한곳에 조상들을 모시고 훗날 자신들의 묘지문제도 해결하겠다고 한 무지한 결론이었다.

묘지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한때 정부에서는 매장 대신 화장을 권장했고 화장이후에 납골묘를 하도록 지원한 적이 있었다. 납골묘에 많은 조상을 한꺼번에 모시면 그만큼 묘지가 점유하는 면적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납골묘의 폐해, 폐단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행한 처사였다. 한때의 납골묘 건립지원 정책의 여파로 인해 아직 그 폐단은 생각하지 못하고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어 장례문화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매우 심각하게 글을 쓰고 있다.

화장을 권장한 가장 큰 이유는 매장으로 인한 묘지면적을 줄이고자 한 것인데 화장을 한 후에도 다시 봉분을 만들거나 납골묘를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화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양반만이 할 수 있었던 때가 있다. 태울 수 있는 연로가 나무밖에 없었던 때는 결국 돈 없는 서민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화장은 최첨단장비로 2천도의 고열처리 돼 한줌의 재도 안 남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태우지 않고 뼈를 남겨 가루로 만들어(분골) 이를 매장하여 봉분을 만들거나 납골묘를 만드는 방식의 2중 장법을 쓰고 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화장이 아니다. 화장은 아무것도 남김이 없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장례문화 정서상 무언가를 남겨야 하므로 재로 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납골묘 덕분에 화장율은 높아졌다. 2005년 현재 전국의 화장율은 52.5%이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화장율을 자랑하는 부산이 74.8%나 된다. 충북은 청주 화장장이 아직 건립 중에 있는 관계로 29.7% 밖에 되지 않지만 화장장 건립 이후엔 달라지리라 본다.

그러나 납골묘 때문에 더 큰 폐해가 예상된다. 산속에 죽은 조상들을 위한 아파트(석물)이 세워져 영원히 썩지 않을 석축 조물이 흉물처럼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율 100%를 자랑하는 대만의 경우가 그러한데 높은 산위에 형형색색의 찬란한 납골 축조물이었던 것이 페인트가 벗겨지고 빗물에 풍화돼 죽은 조상들을 위한 산속의 ‘낡은 아파트’로 전락한 것들이 있다. 머지않아 우리도 죽은 조상의 ‘산속아파트 재건축’을 해야 할 날이 올 것이 뻔한데 우리 후손 중에 누가 그것을 하겠는가.

벌초마저도 벌초대행업자들이 50만원에 벌초해 주고 있는데 말이다. 차라리 매장은 전통 유교식대로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조선시대에도 비석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임금님이 치하한 공덕이 높은 사람만이 선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매장한 후에 비석을 세우고 제단을 만드는 등의 석물을 세우기 때문에 온 금수강산이 묘지강산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석물은 금물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아파트도 모자란 판국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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