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노점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황이나 자금이 여의치 않다 보니 노점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실 번듯한 가게도 아니고 환경도 열악하고, 요즘과 같은 더위라면 사는 자체가 버겁기만 하다. 그러나 노점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겨 볼 필요는 없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이 그곳이라면 즐겨야 할 것이다. 필자는 노점 덕을 톡톡히 보는 사람 중에 하나다. 입지 조사나 상권 분석을 나갔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상권이 아닌 곳에서 좋은 몫을 찾을 때면 반드시 노점을 주시한다. 노점을 따르다 보면 답이 나오는데 그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노점은 생계형 창업이다.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자리에 장을 펴면 목표한 매출이 달성되지 않아 다음날 생존이 위협받는다. 그러나 다행히 기동성이라는 장점이 있어 목표 매출 달성이 가능한 장소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노점이 있는 곳에 사람이 붐비고 소비가 이뤄진다. 좋은 상권, 큰 상권엔 반드시 노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정말 노점은 신화창조가 가능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가. 노점은 부끄러움의 출발이다. 아무리 거창한 계획 아래 노점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남에게 보여지는 뚜벅거림은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심심풀이 부업 삼아 혹은, 젊은 나이의 치기 삼아 시작한 것이 아니고, 생계를 위한 것이라면 수레를 끌면서 위축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세밀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아이템 선정부터 영업 전략까지 그리고 목표 매출의 그래프를 통해 자신감을 배가해야 한다. 해보면 어떻게 되겠지, 해보다 정 안되면 다른 것을 알아보던 가라는 식의 타협은 용서될 수 없다. 오히려 노점은 장점이 많다. 점포 창업이야 선택한 아이템에 맞춰 시설과 상품을 준비하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자리를 옮길 수도 없고 하루하루 쫓기다 많은 돈을 들여 업종을 바꿔야 한다. 그에 반해 노점은 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이동하면 되고, 아이템이 먹히지 않으면 큰 부담 없이 상품을 바꿀 수 있다. 거기에 각종 공과금이나 세금, 인력도 필요치 않아 버는 족족 재료비를 제외하면 손에 남는다. 단순한 산수식의 계산법으로 보면 노점은 점포를 훨씬 능가하는 창업 접근법이다. 이런 조촐한 위로의 말로 노점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노점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노점도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되겠지라는 확신으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현재 노점의 패턴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먹는 게 남을 거라거나 그래도 유행에 민감한 공산품이 제일이다는 계산은 피해야 한다.

잘 알고 있는 사례 하나로 매듭을 지어보자. 평범한 어묵을 파는 김씨는 꼬지를 버리는 용단으로 돈을 벌었다. 대다수 노점이 어묵 꼬지를 재사용하는데 대학생 특히 여대생이 많은 입지이어서 위생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됐고 실천의 방법으로 손님이 먹은 꼬지는 “이제 전 쓰레기場으로 갑니다”라는 문구를 붙인 통에다 버렸다. 그리고 작은 스티로폼용기를 구해 간장을 따라 먹도록 했다. 잠깐의 먹거리지만 입가를 정리하도록 예쁜 거울도 붙여두고, 팬시용 시계로 내부를 치장했다. 시계는 유학지로 인기 높은 나라의 시각을 표시해 혹시 있을 친구와의 연락에 도움이 되도록 말이다. 알고 보면 대단할 거 없는 전략이지만 남이 시도하지 않는 서비스는 감동을 줬고, 번성했음이 사실이다. 노점은 집이 없다. 그래서 서럽지만 그만큼 가볍다. 가벼움은 실패에 대해 관대하다. 관대하기 때문에 의욕과 열정을 가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 일방적, 편향적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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