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충청매일  ] 선택과 인연을 올바르게 하면 자신의 삶이 빛날 수 있다. 때에 따라서 역사를 주도할 수도 있다. 역사에 길이 빛나는 성현에게는 정치적 사상적 이념적 동반자가 반드시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공자에게는 맹자, 노자에게는 장자가 있었으며, 예수는 열두 제자가 따랐다. 그들의 철학과 신념 그리고 언어가 영원불변의 이상이 되고, 종교가 되어 수천 성상이 지난 지금도 모든 이에 삶의 지표가 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인연과 선택으로 인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좋은 선택과 인연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좋은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고, 수시로 찾아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그 상황이 나에게 기회라는 것을 판단하는 일이 절대로 먼저 필요하다. 또 무리하여 억지로 쥐려고 하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고 무리수를 두지 않고 온 신경을 집중하며 기다리다가 결정적 순간에 낚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위화도 회군은 조선왕조 창업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성계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거기에 정도전이라는 와룡이 자신의 품으로 날아든 행운도 따랐다. 정도전은 위화도 회군에 관한 흉흉한 민심을 토지개혁이라는 카드로 정국을 일거에 전환해냈다. 

 훗날 정도전은 이성계와 역성혁명을 완수한 후 술잔을 앞에 놓고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유방을 썼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정도전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읽었고, 민의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며 군주의 하늘이라는 규정에 철저한 민본주의자였다. 그리고 군주는 백성을 위민(위하고), 애민(사랑하고), 중민(존중하고), 목민(기르며), 보민(보호하고), 안민(편안하게)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가 추구한 정치의 본질은 민본사상과 윤리적 규범을 전제로 백성의 안전을 도모하는 재상 중심의 왕도정치였다. 

 그러나 이 신념은 강력한 왕권정치를 신봉하는, 역성혁명의 또 다른 한 축인 태종 이방원에게는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조선왕조를 설계한 정도전은 그의 파트너 이성계와 함께 세웠던 요동 정벌이라는 마지막 야망을 펴지도 못한 채 허망한 최후를 맞았다. 정도전은 인간 평등을 실현하고자 했고, 자신의 이상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 영혼을 더럽히지 않았다. 그렇기에 후대는 정도전의 깨어있는 정신과 영혼을 추앙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후보자는 입지에서 당선까지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하고, 유권자는 꼼꼼하게 살펴 고귀하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삼봉 정도전의 정신을 되새겨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당락의 결과와 상관없이 출마자 모두가 최선을 다해 뛰어서 유권자에게 아름다운 선택을 받고 서로가 승리하고 축하하는 협치와 위로의 장면을 잠시나마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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