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금천초등학교 교감

 

[ 충청매일] 지난주 1학년 교실에서 ‘읽기 지도 집중지원학교 지도대상자 선정회의’가 있었다. ‘읽기 지도 집중지원학교’는 개별화 지도를 통해 읽기 부진 학생의 기초 학력 보장을 지원하고, 읽기 발달 최하위 학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교 모델 구축을 위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다. 본격적인 개별화 지도에 앞서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초기 문해력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이날은 그중 우선적 개입이 필요한 아이들을 살피는 자리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입학 직후 문해력 발달 격차는 최대 5년까지 발생한다. 문해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입학한 아이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교실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특히 읽기와 쓰기의 어려움은 실패와 좌절 경험까지 강화시킨다. 전문성이 담보된 단기집중 1대 1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 적용은 이 아이들에게 해당 학년을 마치기 전 학급 평균 수준의 읽기와 쓰기 능력에 도달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더 큰 격차가 벌어지기 전, 매일 30분씩 진행되는 맞춤형 개별화 교육이 아이에게 가속화된 발달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지난 검사에서 준영이는 엄마가 가르쳐주지 않아서 한글을 모른다는 말을 했다. 아는 글자를 읽거나 써보라는 말에 할 수 없다며 주눅이 든 표정을 지었다. 윤화는 함께 책을 읽자고 하자 읽을 수 없다는 말을 여러 번이나 되뇌었다. 자신의 이름을 그림 그리듯 써냈고 ‘화’를 쓰며 ‘ㅇ’을 제일 마지막에 그리는 모습도 보였다. 규성이는 자음이나 모음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읽어내었고, ‘우유’를 ‘유요’라고 써낸 뒤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 아이들은 글자를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말소리를 다루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보였다. 

 8년 전 나와 처음 만났던 영준이도 책을 읽을 수 없다는 말을 하며 엎드려 있거나 친구들과 자주 다투었다. 5년 전 만났던 수찬이는 읽기와 쓰기를 할 수는 있었지만 또래보다 늦은 탓에 "몰라요, 못해요, 안 해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여러 번 울기도 했다. 3년 전 만났던 막스는 "나 한국말 몰라요, 엄마 걱정해요. 나 바보에요"라는 말을 했다. 나와 공부하면서 잘하고 있다고, 더 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푸어만(Foorman,1998)은 초등학교 1학년 시작 무렵 읽기 능력이 뒤처진 아동이 1학년이 끝날 때까지 뒤처질 확률을 88%로 보고하였다. 그리고 3학년이 끝날 무렵 뒤처진 아이가 9학년이 끝날 무렵 뒤처질 확률을 74%로 보았다. 

 지금 준영이, 윤화, 규성이에게 특별한 수업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이 아이들은 1학년을 마칠 무렵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3학년 끝날 무렵까지 뒤처져 있게 된다면 우리는 12년 뒤에도 여전히 뒤처져 있는 세 아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준이와 수찬이는 2학년을 마치기 전에, 막스는 3학년을 마치기 전에 개별화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교육 이후 영준이는 다툼이 줄어들고, 공부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6학년이 된 수찬이는 큰 어려움 없이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하고 있고, 먼저 해보겠다고 말하는 아이로 자라났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입국했던 막스는 올해 5학년 학급어린이회 임원선거에 나가 회장에 선출되었다. 

  학습 부진의 80% 이상은 읽기 부진이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교사와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읽기 격차의 해소가 왜 중요한지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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