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김기종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일상에서 우리는 많은 약속을 한다. 자신과의 새해 약속, 친구와의 모임 약속, 가족과의 여행 약속 등 다양한 약속을 맺고 지키며 살아간다. 약속은 매우 중요한 소통의 일환으로, 무엇인가를 계획하는 것은 물론 그 계획을 이행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말보다는 행동이 뒤따를 때 가치가 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약속의 이행은 소비자의 긍정적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15년 런칭한 국내의 한 치킨 브랜드는 매일 새기름으로 60마리만 튀긴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깨끗하고 건강한 치킨을 소비자에게 약속했다. 치킨 조리실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CCTV를 통해 기름 사용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결국 이 치킨 브랜드는 소비자들 사이에 깨끗한 기름을 사용한다는 인식이 자리잡히면서 기존의 메이저 브랜드를 제치고 2023년 치킨전문점 브랜드 평판 3위에 올랐다. 이렇듯 약속은 진정성과 실천력이 담보될 때 큰 효과를 발휘한다.

선거에서도 중요한 약속이 있다. 바로 정당이나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이다. 2022년 양대선거의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지 후보 선택시 고려사항으로 후보자의 정책·공약이 소속 정당이나 인물·능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정책선거가 정착돼 가면서 후보자의 과거·현재보다는 나와 지역을 위한 미래의 약속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 선거 역사에서 정책선거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등장한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후보자와 정당이 공약을 만들 때 검증이 불가능한 추상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실현 방법과 이행 기한, 그리고 재원 조달 방안까지 상세하게 밝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는 대부분의 후보자가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춘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게 됐고, 공약은 후보자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에 불과하다. 말뿐인 사람과의 관계는 결국 허물어지듯이 행동이 따르지 않는 진정성 없는 약속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지게 한다. 특히,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자라면 이 약속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내세운 약속을 바탕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논어를 보면 "옛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실천이 그에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언행의 일치를 강조한 것으로 이는 공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열 마디의 말보다는 한 마디의 말을 지키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제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은 마지막까지도 선거공보, 연설대담차량 등을 활용한 공약 알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공약이 헛된 약속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가 끝나더라도 정책선거는 계속돼야 한다. 소중한 한 표의 가치가 퇴색되지 않도록 당선인은 자신이 제시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유권자는 그 약속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책선거의 완성은 유권자와의 약속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정치인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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