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원중 교감

 

[ 충청매일] "나는 B급 교사니까 B만큼만 일할 거야!" 동료들끼리 웃으며 건넨 농담이었지만, 무거웠다.

 매년 3월, 학교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한껏 부풀어 있을 무렵, 교사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메시지 하나가 전송된다. 바로 개인 성과상여금 등급을 알리는 문자이다. 

 다면평가 기준 수립 시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평가지표를 만들었어도, 막상 B등급을 통보받으면 유쾌하지 않다. 마음에 상처가 되기도 하고, 조직이 실망스럽기도 하고. 여하튼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되면서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헌신은 사그라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탓에 S등급을 받은 교사들도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지고 움츠러들게 된다. 

 ‘교원성과급제’는 교직사회의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2001년에 도입되었는데, 교원의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S, A, B’의 3개 등급으로 상여금을 차등 지급한다. 도입 당시 이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개인의 노력과 성과가 정확히 평가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면, 근무 의욕이 고취되어 교육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평가방법의 합리성 결여를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즉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을 정량적인 평가로 환산할 수 있는가?’ 하는 교육철학적인 문제부터, ‘환산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교사가 인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가?’하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반대 이유는 확연하였다. 물론 어떤 제도든 시행 후 정착에 이르기까지는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원성과급제는 시작부터가 유독 삐걱거렸고,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교육계 전체가 한목소리로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021년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학교자치 관점에서 본 교원정책의 쟁점과 과제’ 연구보고서에서도 교원성과급제가 교사 간 갈등 유발, 교사 공동체 의식 붕괴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언급하며, ‘폐지 검토’ 의견을 제시하였다.

 단언컨대 ‘교원성과급제’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해마다 학교 현장은 차등 성과급 기준 마련에서부터 평가과정, 지급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반목을 거듭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차등 성과급으로 인한 ‘교사들의 자존감 상실’이라 할 수 있다.  일부 교사들은 S, A, B를 단순히 성과급 지급 단위로 생각하지 않고, ‘학교에서 자신이 어떻게 인정받고 있는가?’하는 가치의 등급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경우 교사들은 돈을 적게 받는다는 금전적 문제를 넘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B급’으로 여기는 정체성 위기를 겪게 된다. 

 2024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을 보면, 추진 목적을 ‘교원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성과급에서 우대하여 교직사회의 사기진작 도모’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글자 그대로 추진 목적이 교직사회의 사기진작 도모라면, 이것은 ‘성과급’이 아니라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옳다. 교육의 특수성인 성과의 비가시성, 결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교사마다 성과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점 등은 ‘공정한 기준과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라는 성과급제 운영의 전제 조건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그래서 어쩌면 현실과 동떨어진 차등 성과급 시스템으로 교직사회의 사기진작을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난센스였는지도 모른다.

  골드만삭스, 다우케미칼, 마이크로소프트, 제네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들조차 직원을 등급으로 나누는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다양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로 교원성과급제 시행 24년째이다. 이 제도로 인해 그동안 교단에 활력이 넘치고, 교육력이 높아졌을까? 여태 단 한 차례의 ‘성과 검증’도, ‘성과’도 없는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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